나는 그런 얍삽함을 싫어한다. 1을 하면서 10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 있는 허세와 과장됨을 싫어한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내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니 그저 눈꼴시리고 말지 하는 마음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진.
우리회사에 나와 1년 정도 텀을 두고 들어온 A는 '얍삽'이라는 말이 퍽이나 잘어울린다. 윗 선배들에게 주말을 잘 보냈냐고 묻는 모습이 강아지 같기도 하고.. 선배의 말이 과장되게 웃어보이는 모습이나, 뭔가를 맡고는 자리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모습이나 여러모로 눈엣가시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A는 마치 모두가 말하는 질문에 본인이 대답해야 하는 병을 갖고있는 것 같았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여러번 가로채서 주의를 줄까 말까 고민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러던 중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나로 하여금 '나는 얍삽이 싫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날.
최근에 A에게 인계했던 일 중 하나를 내가 다시 맡게 되었다. 그러던 중 선배 B가 나에게 그 일의 동향이나 변동 사항에 관해서 질문을 했고, 내가 대답하려던 찰나 A가 말을 휙 가로채더니, "이번주는 전주 대비 ~만큼 변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 질문 역시 말을 휙 가로채 대답을 하는게 아닌가. 그래 여기까진 괜찮았다. 본래 A 에게 인계가 되었던 일이니 나에게 다시 넘겨준 뒤 첫 주 정도는 나를 챙겨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보는 모니터 위에 띄워진 내가 정리해둔 자료를 나는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너무나도 기분이 나쁘고 불쾌했다. 질문을 휙 가로채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할거면, 자기가 아는 내용으로 하면 될것이지 왜 굳이 내 파일을 보고 본인이 아는 것처럼 얘기를 할까?
너무 불쾌한 티를 내면 팀 분위기에 영향을 줄 것만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집에와서 이 감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종의 '경쟁심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나 역시 두드려져 보이고 싶은 심리. 그렇다면 나 역시 얍삽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으니, 역시나 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얼마나 얍삽하게 굴건 나답게 나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할 말은 하는 것. 다음번에 같은 상황이 오면 웃으면서 "대신 대답해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어차피 지금 보시는것도 제 파일 아니에요?" 하고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