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좋다. 다른 어떤 곳보다 손을 좋아한다. 손만큼 육체적이면서 정신적이고, 물리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곳이 또 있을까. 모든 것이 손으로부터 비롯된다. 시작할 땐 손을 내민다고 한다. 첫 만남에 잡게 되는 설레는 손깍지도 있고, 끝이 보일 땐 놓아버리는 매정한 손도 있다. 반가울 땐 악수를 하고 신이 날 땐 하이파이브를 한다. 힘이 들 땐 손을 건네주고, 등을 토닥이는 위로의 따뜻한 난로 같은 손도 있다. 화가 날 땐 서릿발 같은 주먹이 되어 벽을 치고 책상을 내려친다. 사랑할 땐 빗이 되어 머릿결을 따라 쓰다듬기도 하고 장난스레 헝크러뜨리기도 한다. 잠 못드는 날 위해 자장가가 되어 얼굴을 쓸어내린다. 때로는 은밀하고 내밀한 곳을 능란하고 야릇하게 훑기도 한다. 귀여울 땐 참지 못해 톡 쏘는 벌처럼 볼을 꼬집어버리기도 하고 감정이 올라오면 글을 휘갈겨주는 손도 있다. 예쁜 것들 담아주고 들려주는 그림을 그려주는 손, 피아노 쳐주는 손, 바이올린 현을 켜는 손. 세아릴 수 있으려나. 느지막한 황혼을 맞은 노부부가 잡은 주름진 두 손은 휘청거리는 삶에 희망을 준다. 손이 좋다. 손재주가 좋아보이는 거칠고 투박한 손도 좋고, 섬섬옥수 같은 가느다란 손도 좋다. 일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것 같은 게으른 손도 좋고, 사람을 홀릴 것 같은 야한 손도 좋다. 손톱을 정갈하게 깎은 깔끔한 손도 좋고, 운동을 많이 한 것 같은 핏줄이 보이는 손도 좋다. 선크림을 열심히 바른 새하얀 손도 좋고, 핸드크림을 바른 향이 나는 손도 좋다. 화려한 반지를 가락마다 낀 손도 좋고, 우아한 장갑을 낀 손도 좋다. 나는 손이 좋다.
해 질 무렵, 허기에 지쳐 주린 배를 채워달라며 개가 밥을 달라고 짖어댄다. 그 즈음에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별 하나가 그 개를 달래듯 바라보고 있다. 개밥바라기. 우리는 그 별을 개밥바라기라 부른다. 참 이쁜 이름이다. 개밥바라기별. 여러 번 불러보고 싶은 말간 이름이다. 오늘 운전을 하다 창 밖을 보니 말간 그 별은 달에서 오른쪽으로 한 뼘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자리잡고 있었다. 왼쪽 살이 패인 눈썹달은 개밥바라기별을 등지고 있고, 별은 달 오른편을 떠나지도 못한 채 맴을 돌고 있었다. 외로울테다. 그래서 더욱 단장하듯 빛을 내뿜고 있을테지. 안쓰럽고 어여뻐라. 너를 순간이라도 담아보기 위해 동경하는 지구의 모든 눈빛들을 꿈에도 모른 채 넌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다. 넌 환상이다. 우리는 모두 네 손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난 네 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