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습작 9장

초록 숨결

by 송도원

마침내 소년은 숲의 심장부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나무가 시든 채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생명의 기운을 모두 잃어 검게 변한 작은 연못이 있었다. 침묵의 숲에 남은 마지막 흔적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평화롭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생명의 기운들이 서로를 파괴하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하늘의 빛을 독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덩굴이 죽은 나무의 몸통을 질식시킬 듯 휘감고 있었고, 땅속에서는 마르지 않는 물을 찾는 뿌리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대지를 흔들고 있었다. 소년은 주머니칼로 덩굴을 잘라내보려 했다. 하지만 잘린 덩굴은 더 빠르고 맹렬하게 자라나 나무를 휘감았다. 소년이 뿌리의 길을 막으려 돌을 쌓자, 뿌리는 땅을 더 거칠게 파고들며 주변의 흙을 무너뜨렸다. 개입은 오히려 부조화를 심화시킬 뿐이었다.


그때, 소년은 메마른 숲에서 배웠던 ‘인내’를 떠올렸다. 소년은 잠잠히 생명의 목소리를 듣기로 했다. 그는 눈을 감고 혼돈의 소리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마침내 그는 깨달았다. 덩굴은 그저 더 높은 곳의 빛을 갈망하고 있었고, 뿌리는 마르지 않는 물을 향해 성급하게 몸을 뻗고 있었음을. 소년은 덩굴을 잘라내는 대신, 하늘로 높이 뻗은 죽은 나뭇가지 쪽으로 조심스럽게 길을 터주었다. 덩굴은 기쁘다는 듯 새로운 길을 따라 하늘로 뻗어 나갔고, 나무의 숨통을 풀어주었다. 소년은 연못에서부터 뿌리가 향하는 곳까지 작은 물길을 파주었다. 갈증을 해소한 뿌리는 이내 땅속에서 조용히 가라앉았다.


연못가의 두 생명이 '조화'를 이루는 그 순간, 주변의 평화로운 에너지가 죽어 있던 거목을 향해 강물처럼 흘러 들어갔다. 소년이 조심스럽게 나무 밑동에 손을 대자, 발밑 땅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하나의 새싹이 돋아났다.


새싹은 이전에 없던 신록의 빛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의 첫 숨결이자, 잠들었던 모든 생명의 심장 소리였다. 빛은 거대한 나무의 마른 껍질을 타고 혈관처럼 번져가며 앙상한 가지마다 연둣빛 잎새를 피워냈다. 시들었던 거목은 마침내 가장 위대한 생명의 왕관을 쓴 듯 되살아났고, 그를 따라 주변의 나무들도 앞다투어 잎새를 피워냈다. 갈라진 대지에서는 이름 모를 풀들이 봄의 융단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그렇게 태어난 초록의 숨결은 파도처럼 번져나가 잠든 세상을 깨우며 북쪽으로, 마을을 향해 흘러갔다.


이제 녹색빛의 시련을 통과한 소년은 타오르는 열정을 담을 조화와 인내의 그릇을 얻었다. 그리고 세상은, 그 제어할 수 없던 뜨거운 열정을 파괴적인 분노가 아닌 창조적인 열망으로 이끌어줄 ‘싱그러움’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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