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독서 어워드

야 지금 2026년이잖아

by 송도원
"2022년에는 그래도 좀 괜찮은 책들을 많이 읽어서 당당할 수 있었는데, 2024년에 2022년 독서 결산을 쓰는 양심 터진 짓을 할 수는 없었다."

- 2023년 송도원 독서어워드에서 발췌


예. 지금은 2026년, 결국 그 양심 터진 짓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의 초고는 2024년 말에 완성을 해뒀습니다.

근데 깜빡하고 마무리 지은 후에 글을 올리지를 않았더라고요...

그래도 이게 송도원의 한 해 컨텐츠 중에 가장 양질의 컨텐츠인데... 버리긴 아깝잖아요..
일하기 싫다는 핑계로, 서랍 깊숙이 묻어둔 2024 BOTY를 다시 꺼내어 씁니다.


올해의 장편: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

자고로 대중 문학에 한해서는, 가장 상업적 (대중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출간과 동시에 영화화가 결정된 이 책은, 거의 예술성 보증 수표를 받은 게 아닐까요?
어쨌든 투자자란 사람들이 헛돈 버릴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여동생 책장에서 훔친 책인데, 정말 오래간만에 하드 SF의 참 맛이 살아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거의 광증에 가까운 과학적 묘사가 특징입니다.
자고로 잘 쓴 SF라면 이런 과학적 묘사가 (픽션일지라도) 알면 더 재밌고,
몰라도 내용 이해에 거슬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아주 훌륭히 달성한 책입니다.
또한 이런 과학적 세계관을 구축할 때, 자칫 디테일을 놓쳐서 소위 말해 짜쳐지기 쉬운데,
그런 구멍 없이 세계관 설계를 아주 잘했다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SF의 묘미는,

우주적 스케일의 배경 속에서 사소하지만 인간다운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딱 그러한 작품의 전형이구요. 예. 송도원 픽이라는 거임...
이런 책이 한 해의 장편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책이 한 해의 장편일 수 있겠습니까.


올해의 단편: 곽재식 <박흥보 특급 - 토끼의 아리아 中>

단편은 뭐다? 쇼츠다.
쇼츠는 뭐다? 재밌으면 돼.


곽재식 작가의 강점 중 하나는 본인 전공을 살린 대학원 아재 개그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사실 웃을 수 있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개그라 핏이 맞추기가 되게 힘든데...
저는 20살부터 12년간 같은 대학교를 다닌 슈퍼 대학원에다가 아저씨라서
안 웃을 수가 없죠...


이 단편은 여태 읽은 곽재식 단편 중에서도 대학원 개그가 가장 폭발한 작품이었습니다.
폐건물을 하나 빌려서 제비집을 잔뜩 지어 제비들을 끌어모은 다음
그 과정에서 다리 다친 제비들을 치료해 주고,
제비들이 은혜를 갚으려고 물어온 박씨로 떼돈을 벌겠다는 국가과제를 수행하려는 연구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내용을 생각한 것부터 정신 나간 것 같은데.

국가과제 제안서를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굉장히 리얼해서
한국 이공계 대학원으로써 안 웃을 수가 없었읍니다.
중간중간 아저씨 개그가 너무 웃겨서 카페에서 혼자 낄낄대면서 읽다가,
쪽팔리기도 하고 호흡곤란 올 것 같아서 책 덮고 집에 돌아옴..


올해의 비문학: 알프레드 아들러 <아들러의 인간이해>

"나를 넘어서 가족, 친구, 사회, 국가, 그리고 세상까지. 점점 더 큰 공동체에 이로워짐을 목표로 공부하고, 능력을 키워라"

고등학생 때 제가 존경하던 선생님께서 저에게 해주신 말씀입니다.
살면서 만난 몇 안 되는 진짜 어른이 해준 조언이고, 제 가치관 형성에도 아주 큰 영향을 준 말이죠.
그래서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보려고 애를 많이 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별별 험한 일도 겪고, 나쁜 사람들도 종종 만나니 그런 마음가짐이 점점 흐려지더라고요.

가끔 생각이 나도 "아 내가 그런 시절도 있었지..." 하는 아쉬움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갑자기 모 북튜버의 아들러 소개 영상에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과 굉장히 비슷한 궤의 말이 나오덥디다.
"정말 그게 인간 행복의 비결이 맞을까?"라는 순수한 궁금증과,
다시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열정을 안고 이 책을 집었습니다.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야 이제 갓생을 살 수 있겠구나!"라는 인간애 넘치는 감상보단
"아 이러이러한 포인트 때문에 내 인생이 조지고 있었구나!"라는 반면교사적인 통찰이 찾아왔지만...
그래도 스스로 문제를 직시하고 알아보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니겠어요?
이 책은 저를 180도 바꾸진 못 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변하고자 하는 힘을 주었고
예전의 빛나던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해 준 큰 의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올해의 글귀: 한강 <희랍어 시간> 中

“그곳은 이곳보다 일곱 시간 늦게 해가 뜨지요. 이제 멀지 않은 날에, 내가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필름조각들을 꺼내들 때 당신은 새벽 다섯 시의 어둠 속에 있겠지요. 당신 손등의 정맥을 닮은 검푸른 빛은 아직 하늘에서 다 새어 나오지 않았겠지요. 당신의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고, 타오르며 글썽이던 두 눈은 눈꺼풀 아래에서 이따금 흔들리겠지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가 걸어 들어갈 때, 이 끈질긴 고통 없이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

한강 <희랍어 시간> 中

2024년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 두 명을 뽑자면, 저는 단연 연대 국문과의 두 전설을 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신창섭 (본명 김창섭, 연세대 국문학과, 현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

그리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본명 한강, 연세대 국문학과, 현 소설작가)입니다.


늘 마음 한편에는 독서 좀 했다는 놈이 현 국문학 GOAT로 평가받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단 한편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이 온다>나 <채식주의자>와 같은 대표작을 읽는 것은 홍대병 환자로써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고,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이 책 <희랍어 시간>이었습니다.

제 독서 철학은 언제나 명확합니다.

"독서는 유튜브 쇼츠다.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오락 추구 성향으로 인해 문학 선정 기준도 굉장히 단순하지요.
첫째도 서사, 둘째도 서사.
하지만 서사가 어떻든 간에 그것을 풀어내는 표현력이 압도적이라면

그것만으로 독서는 가치 있음을 알려 준 책, 그게 바로 이 책 <희랍어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책 내용이 뭐였지? 모릅니다. 기억 안 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읽은 수많은 책과 구절을 제치고,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한 해의 글귀로 뽑았던 것이 바로 저 부분입니다.


여담으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해 준 것은 어머니의 카톡이었습니다.
"도원아. 네가 좋아하는 한강 작가님이 노벨상을 수상하셨어."
죄송해요 엄마. 저는 한강 책 읽은 적 없는디요.


올해의 남성 인물: 제이메르 - 윤현승 <하얀 늑대들>

언제나 한해 읽은 책들을 돌아보면,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남는 남성 캐릭터가 잘 없습니다.
맨날 그놈이 그놈 같아서, 실제로 2023년에는 이 부문에 "수컷 말"을 뽑았었죠...
어쨌든 한해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도 내심 이 BOTY 수상을 내심 고려했었고,
2023의 남성 등장인물은 누가 될까? 늘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하나 건졌습니다.


<하얀 늑대들>은 국내 판타지 소설 GOAT 중 하나라 해서 읽어본 책입니다.
근데 초반에는 주인공 카셀 노이의 서사가 너무나도 왕도적이고,

개연성도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읽다가 덮을 뻔했어요.
그런데 2부에 등장한 제이메르 덕분에 결국 끝을 보긴 봤습니다.

검술은 허접하지만 훌륭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임기응변에 능한 주인공 카셀,
반대로 못난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검술은 천재적인 제이메르.
이런 투톱 구도가 나오고 나서야 작품의 균형이 잡힌다고 느껴졌어요.


특히 캐릭터성에 대한 묘사가 좋았네요. "상대와의 걸음 수 차이"로 표현되는 검술 실력묘사로 드러내는 천재성과, 스승인 아이린에게 자기를 두고 가지 말라고 엉엉 우는 장면에서 보이는 결핍과 인간미.
작품 내내 인간성과 검술 이 두 측면 모두에서 계속 배우고 성장해 나간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최근 인기 많은 판타지들을 보면 사이다성을 강조하려는 건 알겠지만,
주인공들이 너무 압도적이라 맨날 주머니에 손 넣고 후까시만 잡고 있어서 소위말하는 쿨찐 같아요.
이게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그런 캐릭터는 극에 대한 몰입감, 그리고 작품의 생명력까지 지워버리는 것 같더라고... 반대로 오래간만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 인물이었습니다.


올해의 여성 인물: 조은수 - 배명훈 <은닉 및 다수작>

"작년 수상이 배명훈 월드의 김은경이었는데, 또 배명훈 월드야?"
어쩔 수 없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다른 인물을 꼽고 싶었지만,
올해 제가 배명훈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은 이유는 단 하나, 조은수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여러 작품에서 조은수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늘 애매한 느낌인데,
내 머릿속의 은수는 여자니까 올해의 여성인물입니다.
사심 담아서 송도원 이상형인 날카로운 눈매의 이지적인 쿨뷰티 어쩌고 여성임.


작년의 인물이었던 김은경에 비하면 조은수는 조금 더 이지적이고 차분한 분위기의 인물이고
그러다 보니 이런 인물의 솔직한 감정이 드러날때의 카타르시스가 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조은수 메인인 <은닉>이 그랬고, 김은경과 케미가 두드러졌던 <고고심령학자>도 그랬네요.
은수가 좀 행복해지는 걸 보고 싶어서 2024는 조은수가 나오는 모든 작품을 다 봤습니다.
그래서 결국 지금까지 나온 배명훈 작품은 단편 포함해서 전부 다 읽었네요.
저는 배명훈 작품의 여성 인물을 좋아하는데, 다음번엔 은수 주인공인 장편이 하나 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올해의 작가: 도진기

사람이 가끔 스테이크도 썰고, 파스타도 먹고 싶지만
어쨌든 주식은 제육, 돈까스, 국밥 아닙니까.
독서가 가끔 묵직한 것도 좋지만
늘 말하지만 제 독서의 목적은 킬링 타임입니다.
그래서 항상 제일 가슴을 울리던 책을 쓴 작가랑, 그 해 가장 많이 읽은 작가가 아예 달라요.


2024의 제육, 돈까스, 국밥은 도진기였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굉장히 많이 읽은 작가인데, 갑자기 또 꽂혀서 거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네요.

도진기 작가 강점이라고 하면, 역시 본업 (법조인)의 짬에서 나오는 핍진성
그리고, 끝을 모르는 뇌절... 특히 <정신자살>은 읽고 정신 타살 당했는데,

결국 한해 도진기 책에서 가장 기억나는 게 저거네요...
무난히 좋은 4점짜리 수작보단, 욕하면서 책 덮은 2점짜리 괴작이 더 기억에 남곤 하잖습니까.

그리고 그런 게 더 매일 흘러가는 일상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러므로 올해의 작가는 도진기입니다.


BOTY (Book Of The Year)

매년 분야별 대상을 다 꼽아두고 BOTY는 또 따로 선정하고 있으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드네요.
그냥 한 해를 돌아봤을 때 할 말이 많은 책들이 BOTY입니다.
솔직히 어거지같은데 어쩌라고 ㅎ.ㅎ


아차상: 장강명, 배명훈, 김보영, 듀나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작년 아차상은 밀란쿤데라의 <농담>이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농담>은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 안 나지만 저에게 마스터 피스였고
그 기억의 부재로 인한 아쉬움이 이 BOTY의 시작이었습니다.


"와! 같은 아차상이니까 이것도 마스터 피스겠네요?"

아니요 이건 마스터 미스입니다.
개똥작임.


제가 몇 년째하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국문학에 무슨 사상을 넣어도 상관없으니, 제발 이야기만 재밌어 다오"
근데 이따구로 쓸 거면 그냥 국문학에 사상 넣지 마 싯팔.

이 책의 작가분들은 한국 SF계에서 소위 한 따까리 치시는 분들인데, 이건 좀...
앞의 두 분은 작품은 매번 본인들 쓰던 맛 잘 드러나서 맛있다는 모르겠지만 쏘쏘 했습니다.
근데 뒤의 두 분은 이제 한국 SF를 쓰신 지 20년이 돼 가는데 성의가 없어도 적당히 없어야죠.
설정 대충 갈기고 문학을 본인 사상 발사대로 쓰면서

"장르 문학이라 괜찮아, SF니까 허용가능해!" 하는 건 너무 짜치지 않습니까?


3위: 배명훈 <은닉>

결국 2024 한해도 배명훈이었습니다.
사실 이젠 알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전 책들도 다시 보니 예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더라구요.
이 <은닉>이란 작품은 예전에 읽었을 때는, "뭐가 이래?"라는 감상이었는데,
이번에 읽으니 과거에 단점이라고 느낀 게 막 문학적 장치같이 느껴져요...


사실 제가 배명훈 작가에 대한 팬심이 너무 올라와서
실제로 구린 부분에 대해서도 좋다고 평가하는 걸 수 있습니다.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는데, 근데 뭐 원래 감상이란 게 워낙 주관적인 거 아니겠습니까?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의 새로운 애정 포인트를 찾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이 작품에서 조은수라는 인물의 매력을 새롭게 느꼈고.

은수 보고 싶어서 배명훈 책들을 문자 그대로 전부 다 읽었으니
꽤 의미가 큰 책이라고 생각해서 3위입니다.


2위: 해리 G.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2023년에도 2위를 비문학을 줬는데, 2024년에도 2위를 비문학을 줬네요.
최근 들어 유난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헛소리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요.
이런 만연한 개소리의 원인이 뭘까 싶어서 이 책을 집었습니다.
크기도 작고 본문도 대략 60페이지 내외의 굉장히 짧은 책이었는데,

2024에 읽은 책 중 가장 분석적이고 어려웠어요.

아이러니하게 대학원에 입학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잊은 느낌이었는데,

간만에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책은 개소리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 거짓말이나 협잡과는 구분되는 개소리만의 특징,
그리고 그 특징으로 인한 위험성, 마지막으로 세상에 왜 이리 개소리가 만연한가에 대한 분석을 담습니다.
개인적으로 진실이라는 명확한 대칭점이 있는 거짓말보다,

혼돈 그 자체라 기준이 없는 개소리가 사회에 만연해져 담론을 형성하는 게 위험하다는 시각이

이 책 처음 집은 동기 생각이 나서 재밌더라고요.


사실 저도 매번 이렇게 글쓰기라는 핑계로 개소리가 가득한 똥을 갈기고 있는데,
요즘은 개개인이 확실하지 않은 말을 갈기기가 너무 쉬워진 세상이라 개소리의 만연이 심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헛소리를 하는 대신에 침묵을 지킬 수 있는 용기와,
개소리라는 안개가 눈을 가리는 세상에 진실을 볼 수 있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 같네요.
근래 읽은 비문학 중 top of top이었습니다.


1위: 한강 <희랍어 시간>

그래도 한 해의 1위 책인데, 제일 할 말이 많은 책을 해야겠지요?
어거지로 다른 책을 1위로 올리려고 했지만, 역시 2024는 이 책입니다.
사실 문장력에 대한 할 말은 위에서 다 했습니다. 여기서 또 말할 필요가 없죠.
조금 더 개인적인 감상을 말해보겠습니다.


이 책은 연애 소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것마저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데 1등으로 꼽아준 게 레전드긴 하네요.
근데 사실 제가 이 책에서 울림이 있던 포인트는 남녀 주인공 사이의 감정선이 아닙니다.


남주가 여동생한테 편지글을 쓰는 파트가 하나 있습니다.
사실 지금 내용도 기억이 안 납니다. 근데 그 감성과 표현이 당시 읽었을 때 돌아버렸다고 감히 평합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문장에 감동을 잘 안 받는 편이고, 필사를 해도 문장 단위, 길어야 문단 단위로 하는데.
이 부분은 정말 절 (section) 단위로 필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귀찮아서 안 했지만....


저는 과거 슈카와 미나토 작가의 <꽃밥>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는데.
남성 인물이 1인칭 시점으로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감성에 좀 많이 약합니다.
사실 그거 한방이 이 책을 2024 BOTY 1위 책으로 만들었네요.


다시 말하지만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근데 그 순간 느낀 좋은 감상이라는 건 살면서 끊임없이 미화되잖습니까.
결국 독서를 하며 남는 것은 삶에 쌓이는 그런 좋았던 기억의 순간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때 그거 참 좋았지, 할 수 있으면 목적 달성 아니겠어요?


마치며

2024년에 작성한 글을 2026년에 다시 다듬는데, 그때의 감성이 느껴지고 좋네요.
결국 당시의 좋았던 기억, 느꼈던 것을 다시 꺼내어 보고 싶어서 이런 짓을 하는 것 같아요.
2년이나 지나서 완성을 하다 보니 당시의 느낌이 백 퍼센트 살아나는 느낌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그때의 감정을 이렇게라도 다시 꺼내볼 수 있다면 그게 어딥니까.


예. 2026년이죠? 다음 글은 2025년 BOTY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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