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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의 명암과 작가의 역할

K-드라마, 글로벌 성공 뒤에 숨겨진 제작 방식의 과제

by 정승렬
kaitlyn-baker-vZJdYl5JVXY-unsplash (1).jpg 출처 Unsplash의Kaitlyn Baker

한국 드라마, 흔히 K-드라마로 불리는 작품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이태원 클라쓰 등과 같은 작품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K-드라마가 단순한 지역 콘텐츠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기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쿠팡플레이 등과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제작 지원과 배급 덕분에 더 확산되었다.


K-드라마의 특징은 강렬한 캐릭터, 독창적인 스토리, 그리고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탄탄한 연출력에 있다. 특히, 기존의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서 스릴러, 판타지, 범죄물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며 그 영역을 넓혀왔다. 이와 같은 한국 드라마의 성공은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글로벌 시청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그 성공 뒤에 작가의 역할과 시스템적 한계라는 이면을 안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드라마는 작가 한 명이 16부작 혹은 20부작의 드라마를 혼자 집필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방식은 드라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장점이 있지만, 중반부 스토리의 늘어짐이나 급작스러운 전개 변화와 같은 단점도 함께 가져온다. 작가 한 명이 긴 이야기를 이끌어가다 보면, 중간에 피로도가 쌓이고, 이로 인해 드라마가 지루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thom-milkovic-FTNGfpYCpGM-unsplash (1).jpg 출처 Unsplash의Thom Milkovic

특히, 유명 작가의 경우, 회당 집필료가 상당히 높고, 그들의 스타일이 고착화되어 획일적인 전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일부 유명 작가들은 서브 작가를 고용해 집필을 돕게 하지만, 이들이 완성한 내용이 결국 메인 작가의 시각에 맞춰 수정되거나 폐기되기도 한다. 이는 창의성의 제한을 초래하며, 드라마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의 제작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일본 드라마는 주로 9부작 내외로 짧고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 드라마 역시 긴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나 짧고 밀도 있는 전개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특히 OTT 플랫폼의 요구에 부합한다. 시청자들은 더 빠르고 몰입감 있는 전개를 원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10~12부작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K-드라마의 다양성을 넓히고, 작가들에게는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OTT 플랫폼에서 글로벌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한 명의 작가가 전부를 책임지는 방식보다는 여러 작가가 팀을 이루어 작가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는 미국 드라마에서 주로 사용되는 시스템으로, 여러 명의 작가가 협력하여 긴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더 많이 도입된다면, 스토리의 신선함과 다양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 성공과 내부 시스템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작가의 역할과 제작 방식의 변화를 통해 K-드라마는 더욱더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흥미를 줄 수 있는 세계적인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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