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와소나무 Jul 24. 2023

고비사막투어 8- 사막의 유목민

여행 4일째 한 유목민 아저씨를 우리 차에 태우고 두 시간 같이 가게 됐다.

가이드가 우리 부부에게 상황을 설명했을 때

  우리는 흔쾌히 찬성했다.     


전날 오후 푸르공에 탔던 한국인 대학생 한 명이 말의 뒷발에 걷어차였다.

학생의 골절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다녀와야 했는데,

이 넓은 사막에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여행사 기사님들이 알 턱이 없으므로

현지에 사는 한 유목민을 차에 태우고 길을 안내받아 밤중에 학생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는 것 같다.

기사님은 그 유목민을 게르에 데리고 와서 같이 잤다.     

굳이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유목민을 그의 집에 데려다줄 수는 있었다.

그런데 마침 우리의 다음 행선지가 그의 집을 지나서 가는 곳이어서 기꺼이...     


그의 외모는 얼핏 보아 40대 같았다.

몽골인의 외모는 같은 나이어도 한국인보다 평균 열 살 정도 많아 보인다.

유목민인 그의 눈은 러시아인들에게 흔히 볼 수 있듯 푸른빛과 회색빛이 섞였으며

머리털은 다갈색이었다. 전형적인 몽고인 인상이 아니었다.

그의 게르에 도착해서 보니 아내는 10대를 막 벗어난 느낌의 20대 초반이었으며

두 아이는 5,4세 연년생인데 역시 러시아와 몽골의 혼혈 같았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유목민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축들의 발정기와

칸막이조차 없는 게르에서 부모의 성생활을 보고 들을 기회가 많아

조숙해지고 결혼시기가 좀 빠르다고 했다.


평소 사막사람들의 건강관리는 우리나라 보건소 같은 곳에서 공무원이 나와

오토바이나 차를 타고 사막을 다니며 한 달에 한번 보건지도를 해주고 있었다.

고비사막에 사는 나이 어린 임산부가 출산할 때

혹시나 남편과 둘이서 힘들게 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 남편이 조심스레 물어봤다.  

가이드는

“출산이 임박할 무렵 도시(한국의 읍, 면 소재지 정도)로 가서 분만을 해요.”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나마 안심이 됐다.  

그의 게르는 매우 소박했고, 아이들은 천진난만했다.  


우리는 그가 가리키는 그의 우물로 가서 염소 떼에게 물을 길어주는 체험을 했다.

그들의 관습대로 세 번 퍼 올렸는데, 남편은 낑낑대면서도 어린아이처럼 무척 즐거워했다.

가이드는 물 긷느라 어깨가 아픈 유목민의 일을 우리가 도와준 셈이라고 했지만

나는 남편이 이토록 즐거워하니 1달러라도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막에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숲에서 수소로 태어나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사막 사람들의 삶이 힘들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그것이 그들의 삶이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고비사막투어  7-손을 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