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를지 가는 길에 기사님이 잘 아는 유목민의 게르에 들렀다.
입구 쪽 근처에 가마니보다 조금 더 큰 가죽주머니가 벽에 걸려 있었다.
이 주머니는 큰 소를 잡아 그 가죽을 벗기고
잘 말려서 무두질한 후 징을 박아
말 젖을 발효시켜 술 만들 때 쓰이는 주머니였다.
바로 그 옆에는 파란색 플라스틱 통도 있었는데
소가죽 주머니에서 숙성되는 마유주보다 맛이 없다고 한다.
마유주를 조금 마셔보니 딱 옛날 막걸리 맛이었다.
요즘 막걸리는 너무 달아서 내 취향이 아니다.
마유주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어쩌다 맛봤던 그 막걸리 맛과 아주 비슷했다.
마유주를 만드는 유목민의 어린아이들은
부모들과 함께 일하며
남는 시간은 초원 바닥에 자갈돌을 수십 개 놓아
미래의 자기 집을 만들어놓고 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게르가 아니라 TV로 본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집 안에 화장실도 있고 부엌도 있는 그런 집을 지어놓고 소꿉놀이를 한다.
우리 부부는 입구에서 똑똑똑 노크를 하고
이 아이의 허락을 받아 초원의 아파트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