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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와소나무 Jul 10. 2024

 처음 타 본 케이블카

-금오산 산행-

지난 주말 경북 구미시 금오산에 다녀왔다.

(멀리 구미시와 낙동강이 보임)


산행을 위해 우리  일행은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먹었다.

나만 50대 후반이고, 대부분은 60대였으며

 87세 은사님과 소아마비로 다리가 계속 약해지는 중인 선배도 함께 출발했다.

우리는

왕복 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까지 가기로 했다.

폭포와 동굴, 낭떠러지는 어차피 걸어서 탐방해야 하는 코스였다.


나는 그날 케이블카를 처음 타봤다.

점점 산으로 올라갈수록

공중에 붕 떠 있는 게 살짝 불안했다.

두리번거리던 우리 일행의 배우자 한 분이 말했다.

"어제저녁 이탈리아에서 케이블카가 고장 나 16명이 다 죽은 사고 뉴스를 봤어요.

조금 전까지도 이 케이블카를 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계속 고민했네요."라 했다.

작은 케이블카 안의 모든 승객얘기를 들었다.

나는 창 밖 풍경을 보다가

무심결에 케이블카를 지지하는 장치들로 시선을 옮겼다.


잠시 후 약간의 감정이 들어있는 중년남성의 일성이 들렸다.

"이 케이블카는 50년간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어요! 걱정할 거 없습니다."라는 말이었다.

문 가까이에 케이블카 직원이 서 있었던 것이다.

일행의 배우자는 겸연쩍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데 나의 왼편에 있던 선배가 실실 웃으며

내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혹시 50년 만에 고장 나는 거 아니야?"라고...

나는 그런 말 하지 말라는 듯이 살짝 눈치를 줬다.   


다행스럽게도 케이블카는 산 중턱에 부드럽게 착지했고,

우리 일행은 내려서 3개 층의 계단을 내려가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했다.

소아마비가 있는 선배님은 케이블카 사무소 옆에 있는 사찰에서 우리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우리는 동굴에 가기 위해 낭떠러지 쪽으로 올라갔다.

왼손은 절벽을 짚고, 오른손은 쇠사슬로 막아둔 안전바를 잡고 한 사람씩 올라갔다.

옛날옛적에는 칡넝쿨을 붙잡고 올라가

스님들이 이 동굴에서 도를 닦았다고 한다.

동굴에서 내려오는 길에 폭포 옆에서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리고 복숭아를 다 먹기 전에 이런 전화를 받았다.


"케이블카가 고장 났어요.

오늘도 내일도 운행을 전혀 못한답니다."...


나는 우리 일행의 총무였으므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부랴부랴 케이블카사무소로 내려갔다.

87세 노인도 계시고, 그분보다 다리가 더 약한 선배도 있는데

비가 내리는 미끄러운 돌길을 어떻게 내려가야 한단 말인가!

사무소에 물어보니 케이블카는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전선이 타버렸고,

교체나 수리가 언제까지 될지 알 수가 없단다. 확실한 건 오늘과 내일까진 운행중단이란 것이었다.

소아마비선배를 업고 내려갈만한 사람이

우리 일행 중에도, 사무소에도 없었다.


119에 구조요청 전화를 해달라고 나는 사무소 측에 요청했다. 그리고 119가 출발한다는 얘길 듣고서야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런데 그 선배가 보이지 않았다.

절에서 대기 중이던 선배는 케이블카가 고장 난 사실을 파악한 후

혼자 어떻게 서든 하산하려고

우리에 앞서 지팡이를 짚고 아주 천천히 조심조심 혼자 내려가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내려가며 그 선배를 찾고 보니

20대로 보이는 건강한 아가씨의 부축을 받으며 그 선배가 힘겹게 내려가고 있었다.

부축한 동작을 보며 나는 그 아가씨가 의료인일 것으로 짐작했다.

물어보니 그녀는 구미의 청담한방병원에 근무하는 물리치료사였다!

그녀는 평소처럼 혼자 등산을 왔다가 그 선배를 보고서

등산을 포기하고 도로 계단을 내려가

선배를 부축해 내려가고 있던 것이었다.


그녀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비가 때때로 세차게 와서 중간에 있는 관문에서 119를 기다렸고,

드디어 도착한 구급대원의 들것에 실려서 선배는 안전하게 하산했다.

그리고 87세 은사님은 일행 두어 사람의 부축을 받아 별 탈 없이 내려오셨다.


점심때가 되어 우리들

무탈할 것에 대한 감사와

그녀로 인한 훈훈함, 체력소모 뒤의 채움을 위해 그녀와 함께  생삼겹살을 아주 맛나게 먹었다.


케이블카도 이젠 타봤으니

(지난번 집라인처럼)

앞으론 그만 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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