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 2학년들의 상상력

- 이 한자가 들어간 단어를 쓰시오-

초등학생에게 질문하면 이따금 기상천외한 대답이 돌아온다.

한 번은 일찍 조(早)라는 글자를 가르치고 나서

'이 한자가 들어간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물었더니

한 학생이 손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조깅요!. 조깅의 조!"라고...

어린 학생들의 대답은 천진난만함 그 자체다!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순수 우리말과 한자어에서 유래한 한글과 영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이 아는 모든 단어 중에 소리가 같으면 뜻도 비슷하다고 여기기 일쑤다.

최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왼쪽에는 한자와 훈(뜻)과 음(소리)을 적어놓고,

옆의 빈칸에는 그 한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써보도록 했다.

숫자 일부터 시작해서 구, 십, 백, 천까지는

학생들이 종종 이렇게 써놓는다.

이-이백 원, 사- 사천 원, 오-오만 원, 십-십만 원, 백-백만 원, 천-천만 원 하는 식으로

돈의 단위가 숫자와 함께 점점 올라가기 일쑤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은

사(四)- 사람, 오(五)-오이, 구(九)-구급차를 써놓거나

혀 설(舌)이 들어간 단어에는 설탕을,

뫼 산(山)- 산타,

입 구(口)- 고구마,

어금니 아(牙)- 아이스크림,

작을 소(小)에는 젖소,

적을 소(少)에는 염소라고 써놓기도 한다.

십-십억, 천- 천억으로 돈의 단위가 어마어마하게 큰 경우도 있다.

또 양 양(羊)이 들어간 단어에 '양치기 소녀'라고 써놓기도 한다.

흰 백(白)이 들어간 단어엔 여러 학생들이 흑백요리사라고 써놓은 점으로 보아

아마도 그 프로그램이 상당히 인기가 높은 모양이다.

한자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 중에서

가끔 눈에 띄는 학생들이 있다.

책을 다방면으로 많이 읽은 학생들이다.

자신이 아는 한글이 한자로 만들어진 걸 깨우치기도 한다.

한자수업의 목표는 한글로 된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소리글자인 한글의 장점과

뜻글자인 한자의 조합이 갖는 장점을

내가 알듯이 학생들도 알게 되길 바란다.  

오늘도 나는 초등학생들과 즐겁고 멋진 시간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