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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이 선 날

-가을 소풍-

by 뚜와소나무

얼마 전 둘째 아이가 결혼 전 웨딩포토를 찍었다.

여동생의 계획에 따라 10여 명이 먹을 음식 몇 가지를 준비하느라고

나는 밤 12시까지 싱크대 앞에 서있었다.


그래도 나는 나은 편이었다.

내 여동생은 퇴근하자마자 우리 집으로 달려와서 삶고 데치기를 거듭하더니

부케와 부토니까지 손수 만드느라 새벽 2시까지 일을 했다.


다음날 우리는 새벽부터 일어나

미리 손질해 둔 재료들로 지중해식 샐러드를 비롯해서

궁중떡볶이, 훈제연어샐러드, 닭요리를 뚝딱뚝딱 완성했다.

그중에는 색깔별 완자밥과 상추쌈밥도 있었다.


햅쌀 8 : 찹쌀 2를 섞어서 지은 밥은

초밥을 만들기에 딱 좋은 상태였다.

주걱으로 저으며 흐뭇하던 차에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했다.

"밥알이 참 잘 섰네. 아주 차렷 자세를 하고 있구먼. 국군의 날 행사를 해도 되겠어!".

옆에 있던 동생이 이 말을 듣자마자

'언니가 1년에 한 번 웃기는 날이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라면서 크게 웃었다.


준비한 음식을 차에 싣고 스튜디오로 달려가서

북쪽 테이블에 음식을 진설해 두고, 우리는 뷔페를 즐겼다.

가끔 예비부부의 사진 찍는 현장을 따라다니며 거들기도 하고,

틈틈이 예비사돈 내외와 담소도 나눴다.

근처의 수변공원에 가서 4-5인용 자전거를 빌려 이곳저곳 달리며

가을바람을 느꼈다.

다행스럽게도 이 날은

추석 전후부터 계속 이어지던 가을비가

잠깐 멈춘 덕분에 야외촬영하기에 무난했다.


여동생은 우리 큰애가 웨딩포토 찍을 때도 도시락을 준비했었다.

그때도 감동이었는데, 작은애 때는 더 진화한 점심 상을 준비하는 수고를 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고기를 재워 가서 그릴에 굽는 수고를 했다.

사부인은 간식으로 먹을 제과를 종류별로 오븐에 구워오셨다.


각자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우리들은 즐거운 가을소풍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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