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아는 왜 줄지 않을까?

by 뚜와소나무

나는 두 아이를 자연 분만했다.

스무 시간이 넘는 긴 시간 진통으로 기진맥진하다 보니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첫아이를 낳았다.

나는 자연 분만했지만, '난산일 때는 차라리 제왕절개를 하라.'라고 얘기한다. 왜 그럴까?


1970년대 이후로 계속 늘어나는 뇌성마비 아동

오경五硬(뻣뻣하고 틀어진 몸) 오연五軟(지나치게 흐느적거리는 몸) 오지五遲(정상 발달에 비해 더딤)

아동을 진료하다 보면, 사연 많고 한 맺힌 가족들을 만난다.

이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게 된 원인 중에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례들도 있어 안타깝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것 자체로

산모의 건강상태나 나이에서 비롯되는 태아의 문제(因母以致胎)가 늘어난다.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의 상황이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한편으론 의학의 발달이 조산아의 사망률을 낮춰서, 이에 비례해 뇌성마비 장애아가 늘어왔다.


호흡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조산아들이 산소 부족으로 뇌손상을 입는 비율은

신생아 1000명당 6명 미만이다. 매년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이런 운명에 처해 있는 셈이다.

물론 정상 분만에서도 난산으로 아기가 울지 않았다느니, 태변을 봤다느니, 양수를 삼켰다느니,

숨을 안 쉬어 인공호흡기를 달았다느니, 목에 탯줄을 감았다느니, 전치태반이니,

뿌리는 산소를 공급했다느니, 태어난 날 경기를 했다느니 하는 온갖 일들이 있다.

조산아와 마찬가지로 운이 좋으면 정상발달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혹은 학습장애나 언어장애아동으로 자랄 가능성이 있다.

건강하고 젊은 나이에 결혼해서 건강한 아기를 낳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뇌손상을 입은 사연도 다양해

자연유산이 되는 여러 원인 중에는 태아의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유산을 억제하는 치료를 통해 생명을 건진 선천적인 뇌손상 아기들이 있다.

또 담당 과장이 없는 야간에 수련의가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하다가 빚어진 사례도 있다.

보호자 측에서 여러 번 제왕절개 분만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정황이 인정되어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비를 받았어도

가족의 고통과 분노는 해소되지 않았다.

역으로, 의사가 ‘아기가 위험하니 제왕절개로 분만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특히 남편)이 자연분만을 고집하여 끝내 뇌성마비 장애가 초래된 경우도 있다.

어떤 아기는 간호사 2명이 산모의 배위로 올라가 아기를 밀어서 겨우 분만했는데,

아기는 두개골절과 뇌출혈, 호흡곤란 등으로 1급 뇌성마비 장애를 입었다.

뇌손상을 입은 아이들 중 몇은 겸자 분만이 직접적인 원인인지

이렇게 분만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이 원인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불임부부가 늘면서 시험관 아기나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했다가

임신 26주, 28주, 30주, 33주에 조산하여

뇌출혈의 발생으로 뇌손상이 초래된 아기들이 심심찮게 있다.


선천적인 뇌손상

임산부가 부부갈등, 시댁갈등, 친구와 다툼, 재판, 직장상사와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수면 부족 및 불안에 시달리다가 조기진통으로 분만하여 신생아에게 뇌손상이 초래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임신 초기에 임신인 줄 모르고 복용한 약들과 술이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드물게 임신 말기에 기우뚱 넘어져

그 충격으로 분만이 바로 진행되었고, 뇌손상을 입은 아기가 태어난 경우가 있었다.


후천적인 뇌손상

후천적으로 뇌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생후 2개월에 푹신한 요에 담요를 덮어 재웠다가 질식되었는데,

호흡이 정지된 지 15분이 지나 결국 식물인간으로 지내는 아이가 있다.

어린이집 2층 침대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어서 기어 나오다 추락하여

혹은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아이들도 있고,

치과에서 발치한 후에 감염으로 인해 뇌손상이 유발된 아동이 두어 명 있었다.

약에 의한 손상도 있었는데,

3세 유아가 감기로 열이 나 아스피린을 복용했는데 ‘라이 증후군’이 유발되어 뇌성마비 초래된 경우였다.

무균성 뇌막염, 결핵균 성 뇌수막염, 바이러스성 뇌염처럼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는데,

5일이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경련을 일으켜

뇌척수 천자를 해서 보니 상기 질환으로 진단된 아이들이 있다.

간질발작을 장시간 하다가 뇌손상을 입기도 했다.

장애가 초래될 정도의 일인 줄 몰랐다는 부모가 대부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 아니겠는가.

부모가 의료인이라도 다 예방할 수는 없는 일인데 하물며...

조기발견의 중요성

영유아의 초기 발달은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

아직 어려서 콩으로 자랄지 팥으로 자랄지 불분명한 면도 있지만,

우리 속담에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다.

임신과 분만의 과정에서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평균적으로 자라는 발달과정에 비해 뚜렷하게 늦을 때 바로 전문가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영유아의 95% 이상은 생후 15개월 안에 걷는다.

걷기 전에는 네발기기를 했을 것이고, 네발기기 전에는 혼자 앉아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혼자 앉기 전에는 목을 가누었을 것이다.

이 각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3개월 이상 뒤쳐지게 되면 부모의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고,

6개월 이상 늦어지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발달이 늦는 가장 흔한 이유는 뇌의 미숙함과 뇌손상과 관련되는데,

진료 경험으로 볼 때 6개월 이상 늦어지는 경우에 장애진단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뇌성마비의 경우는 근긴장도가 비정상이라 자세이상이 쉽게 눈으로 확인되고,

만져봐서 근육톤을 확인할 수 있다.

tone이 높으면 팔다리와 몸통이 뻣뻣한 오경五硬으로,

반대로 흐물흐물 힘이 없으면 오연五軟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조기치료

주증상에 따라 오연五軟 오지五遲 오경五硬으로 나누어 약물치료를 하고,

중풍치료에 준하여 주 3~4회 침구 시술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재활치료에 속하는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및 언어치료 역시 아동의 장애 수준에 따라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치료들은 몸을 움직이는 자세가 비정상적인 자세로 굳어지기 전에,

혹은 너무 발달이 늦어 보행이 불가능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찰과 꾸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부모가 있다면,

그렇지 않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보육원에서 자란 장애아동 중에는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로

정상적인 운동기능을 습득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자세가 고착된 사례들이 드물지 않았다.

그 결과

누워 지내거나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타인의 손을 빌려야만 먹을 수 있고, 대소변 후처리를 스스로 하지 못했다.


장애를 최소화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전문가의 치료 개입, 꾸준한 훈련이 필수적이다.


늘어나는 뇌성마비 아동,

물론 예방이 가장 중요하겠으나

이미 장애가 초래된 경우라면 오경五硬 오연五軟 오지五遲 치료에 적극적이길 권한다.

그게 최선이다. 달리 더 나은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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