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드로메다인들과 30년째 살고 있는 지구인 아줌마다.
선배의 소개로 소개팅을 나갔을 때부터 좀 이상하긴 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여러모로 똘끼가 충만하셔서 당황스러웠다.
소개팅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 음모를 주선한 선배를 찾아가서
‘나를 뭘로 보구 이런 사람을 소개했냐!’며 씩씩거렸다.
그러나 2년 후 다시 선배를 찾아갔을 땐 내 손에 청첩장이 들려있었다.
230만 광년의 거리를 좁혀 안드로메다인과 접선한 나는 두 아이를 낳았다.
절반의 성공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결국 두 아이 모두 고향이 안드로메다였다.
아이들을 원래 행성으로 안 보내고 이 지구인이 품어서 키운 걸 기적이라 생각한다.
작은 외계인이 대학교 3학년 때 한자능력 검정시험을 봤다.
시험장이 강북에 있어서 미리 이동경로를 체크하고,
집에서 고사장까지 버스로 40분이면 된다고 해서 여유 있게 출발했다.
하지만 토요일 서울 시내 교통상황이 검색한 결과대로 되지 않았고
1시간 20분째 길바닥을 헤매던 작은 외계인은
급기야 무두 방망이질해대는 심장을 부여안고서,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입실 시간까지는 7분밖에 남아있지 않은데.... 아직 버스 안‘...
입실시간 놓쳐 시험을 못 보는 게 아닌가 싶었다.
고사장을 눈앞에 두고 되돌아와야 하는 심정이 어떨까를 상상하며 아찔해할 즈음
다시 문자가 왔다.
‘개처럼 뛰어서 도착했음’이라고 말이다.
교실에서 지금 즈음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헉헉 거리고 있나 보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작은애가 입실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학생들의 부모는 모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더란다.
시험 보러 온 학생들과 함께 화장실도 다녀오고.
심지어 OMR 카드에 이름 작성할 땐 옆에서 도와주기까지 했다 한다.
그렇다!
우리 집 둘째는 수험생 절대다수가 7~8세 어린이들인 한자 7급 시험을 보러 간 것이다.
한자시험을 처음 보는지라 가족 중 아무도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시험지를 나눠주기 전 감독관 나으리께서
나이 많은 수험생 둘을 불러 시험지 밀봉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단다.
그중 한 명이 우리 집 둘째였고, 다른 한 명은 중학생이었다.
쪽팔림의 연속이었다면서, 그날 저녁 둘째는 이렇게 말했다.
“하아! 진짜
다음번에 바로 2급 준비한다. 진짜.
쪽팔려 죽겠네. 크크크.
엄마, 아무래도 무식한 건 죄가 맞는 것 같아요! “라 했다.
포복절도의 토요일이 지나고,
평화로운 일요일이 되었다.
그럭저럭 지나가나 보다 했더니,
오후 늦게 남편이 가족 카톡방에다
"난 지난 25년 동안 마누라에게 속고 살았다!"며 선전포고를 해놨다.
뭔가를 크게 깨달은 듯한 이모티콘을 써서 나를 마녀라며 몰아붙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그날 하루를 복기해봤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8시 즈음 일어나 아침을 먹었고,
11시 즈음 외출하여 오후 3시에 돌아왔고,
그 후 1시간 동안 낮잠을 잔 게 전부였는데
왜 갑자기 마녀가 됐을까? 알 수 없었다.
안드로메다 소녀 둘에게 물어봐도 영문을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나는 원조 외계인에게
‘마누라를 마녀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대보라’ 했다.
원조 안드로메다인이 말했다.
‘산에 갔다가 돌아와 보니 안방에 마누라가 자고 있었다.
자는 얼굴에 kiss를 했는데
깨지 않고 계에에속 잠만 퍼자더라.
이때 충격과 함께 깊은 확신이 들었다.
여태 마누라가 숲 속의 공주인 줄 알고 살았는데, 사실은 마녀였어!"라고.
참말로 '어처구니야, 어디로 갔니?' 묻고 싶다.
저 안드로메다인들에게 굴하지 않고 나는 오늘도 씩씩하게 지구의 평화를 지켜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