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동창들과 연말에 우리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런저런 얘길 하던 중에 아이들이 하나같이 엄마의 전공과 딴판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 친구의 딸은 세상에서 제일 싫은 과목이 과학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외고로 갔고,
대학은 신문방송학과로 지원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중학교 과학선생님이다.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인 친구네 사정은 이랬다.
그 집 딸이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게 수학 공부여서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했고,
영어와 관련된 학과로 진학했다.
우리 집 딸들은 나처럼 이과 출신이긴 한데
둘 다 한문 성적이 전교 꼴등권이다.
웃을 일이 아니다.
내가 직접 한자를 쓰고 획순까지도 단계별로 다 써줬건만,
아는 한자가 열 글자도 안된다.
애들이 엄마를 싫어하여 교과목 선호도가 이 모양인 것인가?
우리들 중 공부를 엄청 잘했던 친구는
1년에 30명 정도밖에 안 뽑던 시절의
변리사 시험을 대학 졸업 전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은 아예 공부와 담 쌓고 산다고 했다.
키 184에 체중 115kg, 신발 사이즈 320으로
쿵쿵거리며 다니기만 한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날 저녁식사에 모인 친구들의 딸이나 아들 중 내가 모르는 얼굴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엄마들을 따라 아이들도 같이 밥도 먹고, 계곡에 놀러도 가고 수영장에도 다녔다.
그저 아빠 쪽 유전자를 닮아서 우리와 다르려니 한다.
딸들은 대부분 아빠 판박이들이고, 아들 중 일부가 발가락만 엄마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