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양'을 아시나요?

by 고미

내가 어릴 때는 버스에 안내양이 있었다. 동그란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은 채 손님들에게 버스비를 받았다. 안내양은 허리에 가방을 메고 손님들에게 돈을 거슬러 줬고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돈이 모두 안내양에게 가는 줄 알았다.

버스만 타면 그 많은 사람이 다 돈을 줘야 하다니....... 진짜 좋겠다.

그래서 누가

“커서 모가 될래” 하면, 신이 나서

“버스 안내양이요.” 그랬다.

어른들은 내 말에 웃어가며 “ 왜 안내양이 될낀데?” 물으시고 나는 대답한다.

“돈이 많잖아요.”

그 묵직한 동전 가방이라니.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쯤이었다. 내게는 똑소리 나게 야무진 친구가 있다.

어느 날은 그 시절 한창 인기 있던 코미디언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가잔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가야 하는 데 둘이 가잔다. 나는 친구 손을 잡고 버스를 탔다. 안내양이 버스비를 달라 했고 친구는 야무지게 대답한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이고 얘는 아직 학교 안 다녀요”

버스비를 아끼자고 친구가 말할 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했었다. 내가 좀 작긴 하지만 안내양이 속을까?

가슴은 콩닥콩닥, 친구 손을 꼭 쥐어본다.

안내양은 말 똑바로 하라고 엄포를 놓고 친구는 당당하다.

“내 동생이라니깐요”

모든 건 기세지, 안내양도 그냥 내버려둔다. 어쩌겠나.

근데 이겨도 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하하.


그렇게 당당히 버스를 타고 극장엘 가고 영화를 봤다.

코미디언은 웃긴데 영화는 도통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그런 영화를 어린이들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허술한 시대였다.

영화는 일단 한 번 보시라고, 몬가 보여드리겠다는 제목이었고......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그 아저씨 이름은 이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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