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기야 반가워!

by 장판

불안 바이러스는 퍼지기 마련인가? 두려움과 공포가 팀 내에 있다면, 혹은 불화와 갈등이 있다면 당연히 팀원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담당 업무특성상 비수기인 관계로 개인적으로는 한가한 상황을 맞이하였으나 이것은 결코 즐거움만은 아니다. 냉정하게 보아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깝다고 본다. 한 마디로 어떻게 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인 것. 근본적으로야 출근을 했으면 일을 해도 안 해도 불편한 것이 모든 직장인들의 당연한 입장이겠으나 중요한 것은 그 시기 팀 내 이슈라고 생각한다. 즉 다 같이 좀 한가할 때야 내가 한가한 것이 덜 민망하고 덜 티가 나지만 다들 동동거리며 바쁜 시기에는 눈치가 보이다 못해 불안해지는 것이다. 지금 처한 상황이 정확히 거기에 부합한다. 어느새 이 주째 점점 한가해지는 개인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팀에는 오랜 기간 불안했던 고질적 문제가 있었더랬다.


공공기관 특성상 완전히 새로운 고질적 문제라는 것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텐데 이 문제 또한 사실 상당기간 예견되었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 사업부서 특성상 담당 사무로 주어지는 이런저런 일들은 거의 대부분 시기에 알맞게 추진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봄에 해야 할 일, 명절에 해야 할 일, 우기에 해야 할 일, 선거기간에(혹은 그 전후에)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거의 대부분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며(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 업력에 비춰본 바, 거의 유일한 예외적인 심각, 위기 상황은 코로나 팬데믹뿐이었다!) 그 기간 내에 대부분의 일들은 의무적으로, 되도록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중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주요 사무 중 하나가 시설 공사이며 모든 일이 그렇듯 거기에는 마땅한 순서와 절차가 따른다. 즉 내가 주어진 일을 제 때에 해내지 못하면 당연히 뒤이은 순서가 밀릴 것이고 그 뒤의 순서는 더 밀려난다. 그러다 종국에는 불어난 이자처럼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거기에 더해, 개발 계획이나 하다못해 동네 부동산에라도 관심이 좀 있다면 "착공"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을 아실 것이다. 특히 그 앞에 "연내"말이 붙을 때의 묵직함은 두 배가 아닌 열 배, 스무 배가 되고 공공기관 입장에서 하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아무튼 팀 내에는 그렇게 여러모로 무거운 ‘연내 착공’이라는 고단한 이슈가 현안으로 떡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미뤄둘 수 없는 시기에 이르러 피로와 불안은 최정점에 이른 상태고 관련 담당자들과 직속상관은 하루하루를 이리저리 뛰며 애쓰고 있는 실정.


주변이 그러하니 눈치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업무 분장상 취합자의 바쁜 시기는 두 달에 한 번 이상 돌아오게 되어 있고 이슈 업무는 거들 수 있는 부분도 거의 없는 만큼 직속상관 또한 다른 팀원에게 일을 쪼개 주기 힘들다. 참으로 서로 공교롭고 어쩌면 이 모든 것도 그저 나의 개인적 생각일 뿐 이슈 업무 최정예 요원들은 다른 이들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저 무사히 금년 공정을 마무리하고 연내 착공(즉 착공 보고!) 시키는 것에만 모든 관심과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거기에 한 참 비껴 나 있으니 조금 겉돌고 있는 셈이다. 겉도는 것이야 자의 반 타의 반 적지 않게 경험해 본 터라 별 달리 힘들 것이 없지만 물리적 어색함만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무릇 출근을 했으면 업무용 공간에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약속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직장인의 도리!


취합자로서 묵혀 두고 미뤄둔 일들을 풀어내 야금야금 조금씩 베어 물듯 해보지만 그 또한 쉽지만은 않다. 연간 2~3회는 업데이트해야 할 기준이나 지표 자료를 수정해 보지만 역시 혼자서는 완료할 수 없는 일이다. 상당 분량을 차지하는 내 부분은 이미 작업을 마쳤지만 나머지를 맡은 각 담당자들을 독촉할 수는 없는 상황. 급한 현안으로 저리 바쁘니 완전히 끝내기는 힘들고 사실 그런 이유로 오랜 기간 미뤄둔 것이기도 하다. 부서 내 누군가는 늘 바쁘기 때문. 또 다른 미뤄둔 일들을 찾아본다. 음 이런 것들도 있었군. 또 다른 이들의 일들도 찾아본다. 뒤적뒤적. 저 사람은 저런 고단한 일을 하고 있었군. 또 다른 이가 올려둔 공문서를 열어 보기도 한다. 여기저기 연락하느라 바빴겠군. 내 일과 남들의 일을 아주 오래간만에 느릿느릿 항해하는 기분이다. 파일을 여는 것도 느긋하게 이것저것 언젠가 필요하겠다 싶은 자료는 저장까지.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 모든 느긋함과 여유를 그리워하겠구나. 기억해 두고 싶은 동시에 그러고 싶지 않은 감각. 당장 내일, 혹은 다음 주 언제가 될지 모를 눈코 뜰 새 없는 그 시기 힘이 되어 주렴. 피로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일초 일분이 아까울 때 회복이 되어 주렴. 나에게도 주변 이들에게도. (^^감사)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