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후세계에 대한 말이 나왔다.
"엄마, 사후세계는 진짜 있을까?"
"글쎄."
"나는 없을 거 같아."
"왜?"
"사후세계가 어디에도 없잖아.
엄마 아빠가 비행기 타고 여러 나라를 가봤는데 못 봤지?
하늘 위에도 없고"
사후세계를 무슨 나라처럼 생각하는 건지
웃음이 났지만 아이의 진지한 목소리에 웃음을 참았다.
"사후세계가 보이지 않는 거일 수도 있잖아."
"난 보이지 않는 건 안 믿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게 더 많대."
"진짜?"
"응. 전기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잖아.
근데 진짜로 있지."
"전기는 번개로 보이잖아."
"음~ 미생물도 보이지 않지만 진짜 있잖아."
"그래도 난 안 보이는 건 안 믿어."
"그래? 음~ 엄마는 믿어.
예를 들어, 엄마는 네가 나중에 멋진 어른이 돼서 잘 살 거라고 믿어.
미래를 볼 수는 없지만 정말 그렇게 믿어."
이 말을 하고 나서
'멋진 어른이란 게 뭘까?
잘 산다는 게 뭘까?
내가 아이에게 넌 잘 살아야 돼 라는 부담을 주는 말이 아닐까?
괜히 말했나?'
속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이미 멋진 어른이야."
와아~ 어떻게 말 한마디로 나를 이렇게 감동시킬 수 있을까?
멋진 어른이라니.
그것도 나의 아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다니.
나의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나 지금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는 거 같아서
약간 울컥했다.
멋진 어른
이 단어가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진짜 멋진 어른이 되어야겠다.
나의 아이에게 정말 멋진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