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자겠다고 한 이유는 좀 더 늦게 자고 싶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엄마 아빠는 빨리 자라고 채근하지만 할머니는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엄마의 첫사랑 이야기라니!
나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기에 궁금한 마음에 귀를 쫑긋 세웠다.
"할아버지랑 사랑해서 이모랑 엄마를 낳았지."
김이 빠지는 대답이었다.
재밌는 스토리를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예상치도 못한 질문을 한 아이가 귀엽고 앙큼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엄마와 나는 대화를 잘 안 하는 편이다.
용건을 있으면 말하지만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안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 하시느라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대화를 안 하다 보니 그게 익숙해졌다. 지금도 엄마와 대화를 하려면 좀 어색하다.
그러니 엄마의 첫사랑을 물어볼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엄마에 대해 궁금해했던 적이 없었다.
엄마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어떤 질문도 해볼 생각을 못했다.
아이는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엄마는 어렸을 때 뭐가 되고 싶었어?
엄마는 무슨 색깔 좋아해?
엄마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엄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뭐가 제일 좋아?
엄마는 꿈이 뭐야?
나도 엄마에게 물어봐야겠다.
대화가 어렵다고, 엄마랑은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할 수 있는 질문이 이렇게 많아졌다.
우선 첫사랑부터 다시 물어봐야지.
아빠 말고 그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분명 있었을 거야.
흥미진진한 엄마의 러브스토리를 캐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