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육아서를 읽었다.
먹이는 법, 재우는 법, 말문 트이게 하는 방법 등등
육아서에는 이런저런 비법들이 넘쳐났다.
책을 읽는 건 쉬웠지만 내 아이에게 적용하는 건 어려웠다.
책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다르기도 했고 아이의 성향별로 다르다 하니 뭘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좌충우돌 끝에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육아를 찾아갔다.
그러면서 육아서는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다.
육아 분야의 책들을 보면 이런 제목들이 많다.
꼭 알아야 하는 O가지
OO가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
OO하는 아이로 키우기
명품 아이 만들기
기적의 OO법
꼭 알아야 한다는 말은 이걸 모르면 큰일 날 것만 같은 두려움을 유발한다.
부모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하니 중압감이 밀려온다.
똑똑한 아이, 건강한 아이,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외친다.
이런 책들의 기반에는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찰흙 덩어리를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것처럼 아이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진짜 가능한 일인가?
똑같은 방법으로 키워도 인간은 다 다르게 자란다.
아이는 잘 키우기 위해 낳는 것이 아니다.
누가 아이를 더 잘 키웠는지 겨루는 대회를 열어서 상을 받는 게 아니다.
잘 키우려고 애를 쓸수록 아이의 약점이 부각되어 보인다.
아이의 문제 행동이 부모인 나 때문인 거 같아 부모로서 실패했다고 느낀다.
그 감정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어 아이는 자신이 실패작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게 아닐까?
잘 키우지 않아도 괜찮다.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 성공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모자란 면도 있고 아프기도 하고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 인간이다.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는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반짝거리는 눈, 말랑말랑한 볼, 보들보들한 손, 어디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없다.
아이의 웃음소리는 세상에서 날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소리다.
아이는 사랑하려고 낳는 것이다.
사랑을 주면 아이들은 그보다 더 큰 사랑을 우리에게 준다.
조건 없이 사랑하자.
말을 잘 들어서, 착해서,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고
나는 그냥 네가 너라서 사랑한다고 말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