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 누가 내 목 졸랐어."
깜짝 놀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어떻게 목을 졸렸는지 행동으로 묘사했다.
헤드락을 거는 모습이었다.
누가 그랬는지 물어보니 저번에 놀이터에서 아이에게 욕했던 형이라고 했다.
아! 걔?!
기억이 났다.
아이가 단짝 친구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어떤 애가 다가와 아이 친구에게 아는 체를 했다.
영어학원에 같이 다니는 형이라고 했다.
아이 친구는 그 형이 불편한 듯 피했다.
계속 말을 거는데 아이 친구가 대꾸를 안 하자 점점 시비를 걸었다.
형: "너 영어 학원 안 가고 여기서 노는 거지?"
아이 친구: "오늘 학원 안 가는 날이에요."
형: "거짓말하고 있네. 선생님한테 일러야겠다."
우리 아이: "오늘 학원 안 가는 날 맞대요."
형: "야! 네가 뭔데 끼어들어."
그 애는 우리 아이를 위협하듯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손가락 욕을 했다.
나는 그 애에게 방금 한 행동은 잘못된 거라고 하지 말라고 나무랐다.
어른이 옆에 있는데도 욕을 할 정도니 내가 없을 때 얘가 우리 아이를 괴롭히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그 후에도 종종 놀이터에서 그 애를 마주쳤다.
나는 그 애를 되도록 피하고 싶었는데 우리 아이는 별 상관없는지 거리낌 없이 놀았다.
같이 그네를 타기도 했다.
아이에게 누구랑은 놀지 마, 누구 곁엔 가지 마 이런 말을 하는 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놔두었다.
그런데 헤드락을 걸다니?!
역시 피했어야 되는 애였구나.
이제 놀이터에 그 애가 있으면 피하라고 해야 하나, 그 애를 만나서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그러다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떤 아줌마가 그 애에게 헤드락을 거는 모습이었다.
그날도 놀이터에 있었다.
그 애에게 어떤 여자가 다가왔다.
아는 체를 하는 걸로 봐서는 아는 아줌마인 것 같았다.
그 여자는 아이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장난스럽게 헤드락을 걸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안 좋았다. 불편해 보였다.
그때 내가 그 아이를 도와주었다면 우리 아이가 그 애에게 헤드락을 걸릴 일도 없었을까?
하는 사람은 장난이어도 당하는 사람이 싫다면 그건 장난이 아니라고 알려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그 애를 비난할 수가 없다.
장난과 괴롭힘을 구별하지 못하는 건 그 애가 그렇게 당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을 보며 배운 것이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아이를 지킬 수 없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같이 놀고 싶을 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기분이 나쁠 땐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괴롭힘인지 가르쳐줘야 한다.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가르쳐야 한다.
올바른 어른 밑에서 올바른 아이가 자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