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는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엄마, 이거 봐봐!"
아이의 핸드폰 속에는 빨간 고추가 바닥에 늘어놓아져 있는 사진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누군가 고추를 말리고 있었나 보다.
아이는 그걸 보고 진귀한 풍경이라도 본 것 마냥 사진을 찍어서 나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어떤 날은 사마귀를 찍고 어떤 날은 꽃을 찍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는 뭐든 자기가 본 것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우리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엄마! 이거 봐봐."가 아닐까 싶다.
유튜브를 보다가도 재밌거나 신기한 영상이 있으면 꼭 같이 보자고 한다.
내가 한 눈이라도 팔면 일시정지하고 되감아 다시 보게 하면서 내가 끝까지 보는지 감시한다.
자신이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엄마가 웃으면 만족스러워한다.
학교에서 그림을 그려오거나 뭔가를 만들어올 때면 엄마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손에 꼭 쥐고 온다.
책가방에 넣으면 까먹고 못 보여줄까 봐 손에 들고 오는 것이다.
자기가 그린 만화는 엄마를 옆에 붙들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준다.
"재밌어? 어느 부분이 제일 재밌어?"라며 항상 감상평을 묻는데 나는 아이의 기대만큼 반응을 못 해주는 것 같다. 시큰둥한 내 반응에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만화를 내민다.
시도 때도 없이 "엄마 이거 봐봐"를 외치는 우리 아이.
솔직히 귀찮을 때도 있고 아이가 관심을 너무 갈구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이가 왜 자꾸 보라고 하는 건지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봤다.
아이는 신기하고 재밌는 것을 엄마와 공유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같이 보면 더 재밌으니까.
어쩌면 엄마가 즐겁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사소한 것으로도 재미를 느낄 줄 아는 아이가 엄마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인생은 이렇게 즐거운 거라고 이렇게 재밌는 거라고.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지금 이 시간이 그리워질 것이다.
하루종일 엄마에게 종알종알 말을 하던 아이의 모습이 사무치게 그리울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아이가 나를 찾을 때 기꺼이 아이 곁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