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바다로, 거실은 놀이터로 만드는 마법

by HIHY

아이의 엉뚱함과 기발함은 상상하지도 못한 것을 만들어낸다.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간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수영장이 너무 가고 싶어."

우리 아이는 수영장에 들어가면 나올 줄을 모르고, 여행 가서 며칠 동안 수영을 해도 또 수영을 하고 싶어 한다.

한동안 수영장에 못 갔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엄마도 수영장 너무 가고 싶다."며 맞장구를 쳤다.

아이는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화장실로 나를 불렀다.

"방법이 생각났어. 이리 와 봐."
세면대에 물을 받고 얼굴을 물속에 넣은 채 공중에 팔을 휘휘 저었다.

얼굴만 물에 박으면 수영을 할 수 있다니 기가 막혀서 웃음이 팡 터졌다.

엄마가 웃으니 아이는 더 신이 났다.

"엄마, 물안경 갖다 줘."
아이는 수경까지 쓰고 본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열심히 허우적대다가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외쳤다.
"물고기다!"

알록달록한 열대어를 봤단다.

아이의 상상력은 화장실을 바다로 만들었다.
"비록 수심이 깊진 않아도 재미있군. 엄마도 해볼래?"

아이는 바닷속으로 나를 초대했지만 상상력이 빈곤한 나는 아이의 초대에 응하지 못했다.


아이는 우리 집 거실을 놀이터로 만드는 마법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심함에 몸부림치며 뭐 하고 놀지 고민하던 아이는 미끄럼틀을 만들겠다고 했다.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미끄럼틀 만들 재료를 탐색했다.

"식탁 다리 빼면 안 돼?"

"문을 떼어쓸까?"

아이의 거침없고 무시무시한 아이디어에 나는 모두 안 된다고 답하며 집에서 미끄럼틀은 만들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집안 곳곳을 살펴보다가 접이식 식탁을 찾아냈다.

집들이용 식탁으로 몇 년 동안 쓰지 않고 구석에 박혀있던 걸 용케 찾은 것이었다.

어차피 안 쓰는 물건이기에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아이는 박스형 소파테이블 위에 식탁을 비스듬히 걸쳤다.

소파테이블 높이가 50cm도 되지 않아 아주 낮은 경사로가 만들어졌다.

비스듬한 식탁 위에 쟁반처럼 생긴 장난감함 뚜껑을 올리니 스르르 미끄러졌다.

아이는 뚜껑 위에 앉아 미끄럼을 탔다.

놀이공원에 가면 바이킹도 시시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만든 이 낮디 낮은 미끄럼틀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놀이기구 마냥 타고 또 탔다.

미끄럼틀을 만들고 자신감이 붙은 아이는 시소까지 만들겠다고 나섰다.

집에서 시소는 정말 못 만든다고 말렸지만 아이는 이번에도 해냈다.

종아리 마사지하는 원기둥 모양 통 위에 기다란 식탁 의자를 뒤집어 올려놓으니 시소가 완성됐다.

10cm도 안 되게 뜨지만 여하튼 양쪽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시소처럼 움직였다.


아이는 정말 놀랍다.

화장실을 바다로, 거실을 놀이터로 만드는 마법 같은 상상력을 가졌다.

나에게도 그런 상상력이 있다면 인생이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아이는 온힘을 다해 논다. 특히 몸싸움을 할 때 에너지가 넘친다. 지칠 줄 모른다.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웃음을 터트리며 끊임없이 달려든다. 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몸싸움을 계속 할 수 밖에. 아기 사자 같다는 표현이 딱이다. 어느새 훌쩍 자라 아기 사자보다는 청소년 사자 같아 힘이 부친다. 이제 힘 조절을 하며 놀아야 한다는 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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