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껫 여행을 다녀왔다.
신기하게도 푸껫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생김새로도 한국인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특히나 수영장에서는 한국인이 도드라졌다.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수영복만 입었다.
남자는 수영복 바지만, 여자는 비키니를 입었다.
그들에게 늘어진 뱃살, 처진 엉덩이, 두꺼운 다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그들은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반면에 나는 래시가드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다.
자외선 차단을 하기 위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래시가드를 입어야 한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내 몸을 숨기고 싶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처진 가슴, 배꼽 아래에 튼 살, 앉아있으면 접혀 있는 두툼한 뱃살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푸껫 수영장에는 나의 2배, 3배는 될 것 같은 몸집의 외국인이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그 몸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뱃살 있으면 어때? 뭔 상관이야. 비키니는 수영장에서 입는 옷일 뿐이야.
고민 끝에 나는 래시가드를 벗었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내 가슴이 처졌든 말든, 뱃살이 접혔든 말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래시가드 한 겹 벗었을 뿐인데 온몸의 감각이 살아났다.
수영장의 시원한 물이 온몸을 휘감았다.
팔, 다리를 타고 흐르는 물결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썬베드에 누우니 따뜻한 햇살이 내 몸 곳곳에 스며들었다.
축축한 래시가드를 입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보송했다.
다음날도 비키니만 입었다.
입다 보니 세상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입는 것도, 벗는 것도 순식간에 끝나고 빨래해야 할 것도 별로 없다.
비키니의 맛을 알아버렸지만 한국에서도 내가 비키니를 입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한국에서는 비키니 입을 수 있는 몸매가 정해져 있다.
공식적으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이라면 다 알고 있다.
누가 정해놨는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하지 못할 그 기준을 깨부수고 싶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비키니는 수영장에서 입는 옷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