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현재다.
생각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나의 머릿속을 어지럽히지만 감각은 나를 현재에 머물게 한다.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은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만지고 있는지 느끼라는 뜻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옆에 누워 잠든 아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눌러본다.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고 부드럽다.
순간 행복해진다.
아이의 얼굴을 구석구석 들여다본다.
반듯한 이마, 길게 뻗은 속눈썹, 동글동글한 콧잔등, 볼록한 볼, 도톰한 입술
어디 하나 안 이쁜 곳이 없다.
꿈속에서 뭘 먹고 있는지 입을 오물거린다.
귀여워 미치겠다.
볼을 마구 쪼물딱 거리고 뽀뽀를 퍼붓고 싶지만 꾹 참는다.
내일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면 해야지.
아이를 보고,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를 껴안으며 느낀 감각을 떠올려 본다.
사랑스러운 얼굴, 귀여운 목소리, 따뜻한 온기, 부드러운 촉감
육아는 분명 힘들지만 이 감각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다.
생각은 육아를 더 어렵게 만든다.
우리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생각하면 온갖 걱정이 몰려온다.
말이 느린가, 키가 너무 작은가, 다른 애들은 벌써 한글을 떼었다는데, 누구는 영어 유치원 다닌다는데, 쟤는 수학 선행을 벌써 어디까지 했다는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우리 아이의 부족한 점에 몰입한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생각하면 죄책감이 생긴다.
육아 전문가들 말은 들을 땐 알겠는데 실천이 안 된다.
아이에게 화를 낸 날이면 나는 이거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자책하며 수렁 속으로 빠진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으니 후회만 남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불안만 심해진다.
과거와 미래를 떠다니는 생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감각에 몰두하는 것이다.
내 눈앞에 있는 이 아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가!
찹쌀떡 같은 볼, 볼록한 배, 탱글탱글 엉덩이, 자그마한 손, 포도알 같은 발가락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움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말을 막 시작했을 때 혀 짧은 발음으로 하는 말은 내 심장을 녹였다.
팝콘처럼 터지는 웃음소리는 언제나 날 행복하게 만든다.
아이를 껴안고 있으면 세상 그 어떤 난로보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된다.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 걱정과 시름이 사라지고 치유가 될 것 같다.
그들은 반려동물에게 바라는 게 없다.
그저 사랑하고 아끼고 보살피는데 그러면서 오히려 힘을 얻는다.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를 알면서도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유는 생각이 감각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에게 강아지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밥 챙겨주고, 똥 치우고, 매일 산책 나가야 되고, 여행 갈 땐 어떻게 할 거냐며 온갖 이유를 대고 있다.
철옹성 같이 반대하고 있지만 만약 강아지 한 마리를 내 품에 안겨준다면 나는 사르르 녹아 강아지를 당장 데려올지도 모른다.
감각은 생각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