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을 쓴 적이 있다. 남편, 아이, 나 모두 다른 방에서 각각 잠들었다. 따로 자니까 아이의 뒤척임 때문에 깰 일도 남편의 코골이 때문에 잠 못 드는 일도 없었다. 편했다. 하지만 곧 허전해졌다. 잠든 아이와 남편의 얼굴을 보는 것도, 악몽을 꿨을 때 손을 잡아 두려움을 쫓아내는 것도 함께 자야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편한 것만이 좋은 것은 아이었다. 불편해도 좋은 것이 있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편했을 것이다. 자유로웠겠지. 하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육아는 몹시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째를 갖는 결심을 하기까지 많이 주저했다. 이제는 안다. 힘겹고 어려웠던 그 시간들이 나의 삶을 얼마나 가치있게 만들었는지. 어려워도 괜찮다.
당시의 어려움이 삶을 뒤덮는 검은 천막 같은 것이었다면, 오히려 우리에게는 그 검은 천막을 뚫고 나가는 한 줄기 빛이, 아무리 짓밟아도 꺼질 수 없는 공고한 빛이 있었다.
- 정지우 [그럼에도, 육아]
육아는 밤하늘 같다. 어두운 밤하늘에 뜬 별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어둠을 볼 것인가, 별을 볼 것인가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져도 나는 이 삶을 선택할 것이다. 이 삶의 모든 고통이 다시 한 번 일어나도 이 삶을 살 것이다. 그리하여 너를 만날 것이다. 너를 사랑할 것이다.
다시 반복되지 않을 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같이 놀고 웃고 사랑하기. 역시 그게 답이다.
나는 죽기 전에 무엇을 떠올릴까? 남편과 아이가 떠오를 것이다. 둘이 장난치며 웃음이 팝콘처럼 터지는 순간, 그들을 보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를 것 같다. 둘은 날 항상 행복하게 해줬다. 마음껏 사랑하고 넘치게 사랑 받았다. 행복한 삶이었다고 미소 지으며 떠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