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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 Dec 21. 2020

보편적 주거(1)

  집은 본래 바깥세상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으로부터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공간이다. 이러한 본질적 특성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회가 변하고 집에 요구하는 기능들이 다양해지면서 점차 그 형태가 바뀌었다. 집에 요구 하는 기능들을 주거공간에 수용하고자 하는 건축가들의 노력은 사실 이전 부터 계속되어 왔다. 


근대건축국제회의(CIAM) 멤버들의 모습. 가운데 르꼬르뷔제가 보인다. 출처. ciamcreator.org

  제1 차 세계 대전 이후 기능주의를 앞세운 건축 운동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기능주의 주거의 선두주자였던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1887~1965년) 는 집을 살기 위한 기계 라고 말하며 거주 공간을 더 이상 양식의 문제가 아닌 기계와 같은 순수 기능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를 비롯한 여러 건축가들이 참여한 '근대건축국제회의(CIAM)’는 라 사라 성(La Sarraz城) 에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경제적 효율성과 합리화와 표준화 문제를 건축 생산 방식에 연결시키고, 이것을 근대의 보편적 건축으로 공식 선언했다. 그 외에도 그로피우스와 바우하우스의 미스반 데어 로에 등 다양한 건축가들이 기능주의를 앞세운 주거 공간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초창기의 기능주의 주거 공간들은 동질성을 강조하고 일반화 하려는 보편주의적 경향을 드러냈다. [1] 


<바이센호프 주택단지 / 출처: GermanHistoryDocs>

  기능주의 주거의 대표적인 건물로 바이센호프 주거단지를 예로 들 수 있다. 그 사례를 살펴보면 기능주의의 결과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엄격한 고전의 비례 질서를 따르고, 산업 문화의 평등을 표현하는 기계미학을 창조하는데 주력 했던 것으로 보인다.[2]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개최된 제9회 CIAM (1953년)에서 스미슨(Smithon)부부와 알도 반 아이크(Aldo van Eyck)를 위시로 한 젊은 건축가들이 1933년의 제4회 CIAM에서수립한 아테네 헌장(憲章)의 4가지 기능적 부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결국 1956 년 제10 회 회의를 끝으로 CIAM은 해체된다. CIAM 의 해체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젊은 세대들은 변화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고자 했다. 특히 그들은 근대건축에서 팽배해 있었던 획일적인 기능주의적 경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던 개별적 가치들을 회복하고자 하였다.[3] 그들은 근대 건축가들의 획일화되고 보편화된 성향을 비판하며 사회와 개인의 차이를 중시하 고 이를 건축과 연관시키는 시도를 보여줬다.


  이들의 기능주의 건축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시도들은 현대의 주거공간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대부분 변화된 사회에 맞지 않는 획일화되고 보편화된 개성 없는 주거 공간이 산재하는 현대 주거 공간의 현실을 비판하고, 현대 사회에 맞는 주거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현대의 보편화된 주거공간들과 사회현상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개선할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공간만을 집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소셜 커뮤니티의 발달과 통신 시스템 등 사회적 인프라의 발달은 집 안에서 많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통념적으로 집 밖을 나서야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일들이 굳이 그러지 않아도, 예를 들어 재택근무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나 소통으로 가능해졌다. 이전의 집이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이었다면 현대의 집은 생산활동의 공간이면서 문화 레저의 공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급격한 사회변화는 주거 공간에 몇 가지 문제점을 초래했다.

  첫번째는 획일화된 주거평면이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본래 주거공간의 평면들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했던 주거의 기능만을 위해 생산되었다. 하지만 본래 집에서 이뤄졌던 많은 기능들이 이제는 외부의 공간들로 아웃소싱되고 있다. 기능이 빠져나간 공간은 넓은 빈 공간으로 남겨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간이 과연 새롭게 집에 요구하는 기능들과 집의 본질인 휴식의 기능을 공히 수용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두번째는 향유 계층의 문제다. 충분한 크기의 주거 공간을 소유한 사람들은 기능이 변해도 이를 충분히 수용하고 대체할 수 있다. 공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구되는 기능 대비 좁은 공간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는 1인 가구 청년층과 저소득층 계층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주거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없다.

  주거공간은 인간에게 필수적이지만 토지와 합쳐진 하나의 상품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공급이 제한적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심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충분한 크기의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늘날 1인 가구는 2018년 인구주택 총 조사 기준 전체 가구의 29.3%를 차지한다. 1 인 가구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17년 일반가구원 대비 남자 평균 30세 여자 평균 27세로 청년층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혼자 사는 가구, 즉 1인 가구 가운데 청년층이 상당히 많다는 뜻이다. 주택 공급은 제한적이고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으니, 앞으로도 청년층은 점점 비싸지만 오히려 더욱 좁은 집에서 살게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연관시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1] 오광석, 서정일, 김광현, <전후 CIAM의 거주개념과 개별성 논의>, 142p, 2005

[2] 이병종, <1920년대 국제양식과 기능주의>, 127p, 2012

[3] 오광석, 서정일, 김광현, <전후 CIAM의 거주개념과 개별성 논의>, 142p,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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