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건강한 시절에 건강을 낭비하고 살아 있는 동안 삶을 낭비한다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 근심 걱정 하나 없던 순간을 꼽자면 열아홉 살 때 중국 간쑤 성의 어느 외딴 산비탈에서 티베트 승려 세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아래 사원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염불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때다. 그리고 2005년 추수감사절에 수백 마리의 야생 펭귄을 만나기 위해 청명한 하늘과 눈부신 태양 아래서 조디악 보트를 타고 흰색과 초록색, 파란색으로 물든 바다를 가로질러 남극대륙으로 향하던 때다. 또한 별빛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길을 밝히는 가운데, 차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은 방글라데시의 어느 길을 인력거를 타고 지나가던 때였다.
모두 내 인생에서 다시없을 행복한 순간이었다. 길지 않은 순간이지만 평화로웠고, 과거나 미래에 대한 근심도 없었다. 목적지를 향해 멀고 때로는 험한 길을 가면서도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했다. 내 영혼이 인간으로서 경험하기 힘든 신적인 영역까지 아우른다는 느낌을 받는 동시에 신의 손길이 닿았음이 분명한 경이로운 풍광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땐 산책을 하세요. 여행을 하고 여권에 스탬프를 모으세요.
오늘부터 '내일'을 살아보세요.
저자는 결장암 4기로 엄청난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다. 저자 '줄리 입 윌리엄스'는 베트남 내전이 한창일 때 태어났다. 태어난 지 2개월이 되었을 때 선천적 백내장임을 알게 되었고, 비참한 인생을 살 것을 예감한 시어머니(할머니)는 며느리와 효자아들에게 안락사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그녀의 삶을 이어가게 한 것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양심 있는 약초재배꾼이었다. 이 에세이집 전반에 그 이야기는 몇 번이고 회자되면서 그녀의 삶에 질긴 원동력을 갖게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당사자가 기억에 없는 사건을 굳이 알게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하게 된다. 저자처럼 긍정적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선천성 백내장을 가지고 태어난 그녀에게 대내외 환경도 비협조적이었다. 내전 중이었던 베트남은 공산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계 베트남인들을 추출하기에 이르러 난민처럼 쫓겨나게 되고, 운 좋게 그녀가 세 살이 되던 해가 미국이주에 성공하게 된다. 미국 UCLA에서 부분적 수술로 시력을 아주 조금 찾게 되었고 특수 안경을 쓰고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그녀는 그 열약한 시력으로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세계적 로펌회사에 입사에 성공한다. 그곳에서 변호사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이쁜 두 딸을 낳고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결장암 4기 진단을 받게 되고 삶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많은 수술과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난다. 주인공이 죽은 에세이집이다.
항암치료와 수많은 수술내용이 이 책의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질릴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다. 그녀는 모든 수술과 치료를 견딘다. 포기할 수 없는 성격은 그녀의 근성과 끈질긴 삶의 애착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녀는 태어났을 때 환영받지 못한 삶의 시작이었지만 불굴의 의지가 내재된 여인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암에게 졌지만 그 슬픔을 기록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서술함과 동시에 독자모두에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현재 그 어떤 어려움을 처해있더라도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용기 있게 말해주고 있었다.
읽으면서 식구 몰래 훌쩍이길 여러 번 했고, 많은 생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 얼마나 집중하며 살고 있는가. 그녀는 암에 걸려 삶의 시간이 촉박해 오는 것을 느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암은 함께할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을 망가뜨리고 미래를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에서 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벗겨내고 모든 것을 남극 하늘처럼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죽기 전에 말한다.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였던가.
죽기 전이 가장 자신에게 솔직한 시간이 아닐까. 그녀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발견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암과의 싸움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숨으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지막 자신에게 남은 삶에 대한 예의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삶은 거대한 자연에 견주었을 때 좁디좁은 한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살아있으며 살아가는 일상 안에 있다. 때론 무기력함 속에 갇히더라도 인생의 진실은 그 안에 있다.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여러분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이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삶을 느긋하게 바라보기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성공할 확률 따위 무시하기를
오늘의 괴로움에 연연하지 않기를
살아가세요, 여러분
그저 살아가세요.
그거면 충분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