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시끄러운 원숭이 때문에 힘든 사람들에게


당신은 과거의 결과물을 챙길 때 바구니에 어떤 걸 담아서 집으로 가져오는가. 당신은 오늘(혹은 평생 동안) 기분 나빴던 일들을 몽땅 챙겨서 집으로 가져오는 사람은 아닌가.


"여보, 나 오늘 무인 단속 카메라에 찍혔다니까!"

"여보, 부장이 내가 한 일을 두고 무지무지 화를 냈어!"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과거의 기분 나빴던 일들을 모두 과거에 내버리고 행복했던 순간만을 기억하는 사람인가. 다시 묻는다. 당신은 닭똥을 챙기는 사람인가, 아니면 달걀을 챙기는 사람인가.




이 책은 세계적인 명상 스승으로 불리는 '아잔 브라흐마' 스님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후속 편으로, 우리 마음속에 변덕스럽고 통제력을 잃은 심원(心猿)을 다스릴 때 도움이 될 108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아잔 브라흐마'스님은 파란 눈의 외국인이 불교에 입적해 태국의 고승 '아잔 차'의 수제자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슈가 되었던 분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으나 대학도서관에서 불교서적을 읽고 본성이 이끄는 삶을 선택하셨다.



불교 용어로 사용되는 '원숭이 마음'은 선택장애처럼 끊임없이 옮겨 다니는 생각들을 비유하고 있다. 따라서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의 정념을 멈추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108가지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뚜렷한 방향성, 명쾌한 결론이 손안에 잡히는 것을 알게 된다. 웃다가 감동을 받는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 것처럼.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의가 인기가 있는 것은 명쾌한 결론으로 깨달음을 주시기 때문이었다. 스님의 답변은 직선적이고 이분법적 선택을 제시하기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가끔 선택적 고민이 있을 때마다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방향을 잡곤 한다. 복잡하고 분주했던 생각은 대부분 자아(自我)가 만들어낸 허상이란 것을 받아들이고 털어버린다.



물소가 놀라 뛰쳐나가는데 붙잡으려고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놓아버려야 한다. 물소는 고작 몇 백 미터 뛰어가다가 제풀에 서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 농부는 조용히 뒤따라가서 줄을 다시 잡고 풀밭으로 끌고 가면 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놓아버려야 할 것들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그 결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을 잃어버린다.





수행은 한마디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목적을 두고 있다. 삶의 모든 집착을 버리고 참나를 찾는 수행의 시발점에는 성급함과 욕심으로 인한 고통과 번뇌의 반복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가볍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가득하지만 읽고 나면 머릿속이 복잡하고 힘들다고 외치던 우리들에게 다정한 깨달음을 선물처럼 느끼게 해 준다.



성난 사람 앞에서 불쾌감에 맞대응을 하던 경험이 누구나 한두 번은 있었을 것이다. 어땠는가. 감정의 불길이 타오르는 상대에게 당신은 휘발유를 붓고 있었다. 화를 내는 사람은 동물적 본능의 정점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세네카는 오죽하면 일시적 광기라 표현했겠는가. 그는 일시적으로 미친 사람이다.



'아잔브라흐마' 스님은 성난 사람을 성난 물소로 비유하셨다. 제풀에 서도록 기다려주지 않고 강제로 잡다가는 손가락을 잃어버린다고 비유하신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의 동요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도 부족하여 집안으로 끌고 와 밤새 그 상황을 곱씹는다.



우리는 외부의 장애물이 없다면 내면에 평온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제 제거가 아니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즉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그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인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시끄러운 원숭이를 어떻게 잠재울까. 마음속에 시끄러운 정념들은 언제고 발작처럼 나를 힘들게 할 것이다. 오직 방법은 그 원숭이보다 강해지려는 마음뿐이다. 그리하여 시끄러운 원숭이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그러한 마음 훈련으로 독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아잔 브라흐마 저>


매거진의 이전글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