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까칠한 관계는 건강한 관계다.

삶이란 그처럼 매 순간이 능동적인 선택의 연속인 것이다. 단지 그것이 제대로 된 선택, 즉 자신의 발전을 위한 선택인지 아니면 퇴행하는 삶을 위한 선택인지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과제는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는 것의 가장 첫 번째 과제는 바로 나 자신에 대해 아는 일이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눈을 통해, 나의 귀를 통해, 나의 생각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나의 언어와 행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곧 세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상을 안다는 것은 바로 나를 아는 것이고, 나를 아는 것을 세상을 아는 것이다. 자기를 아는 것이 힘이 되는 이유는 바로 자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고, 세상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알아야만 우린 운명을, 그리고 인생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본문 中



사람의 천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뱃속에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들도 성격이 같지 않다. 많은 학자들이 인간을 아는 것이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알기 위한 과정이고, 반대로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알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저자는 인간관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제시한 모든 과정과 사례들이 책에 담겨 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까칠하게 살라'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까칠함이 아니다.

자신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 전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갖춰야 하고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전제돼야 한다. 자신을 알지도 못하면서 주장만 하는 무식하고 거친 까칠함이 아니다. 건강한 까칠함은 상대에게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요약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사실 당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무겁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철학적 접근, 그리고 나와 상대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도 좋겠단 생각에 즐거운 마음도 드는 책이다. 정신과 근무 시 상담한 사례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어서 무거운 철학적 비유도 거부감 없이 읽힌다. 한국에서 이렇게 정신적 고민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 있었던가.. 진실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의 성격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건강한 까칠함을 발휘할 성품인가. 반성과 함께 읽게 된다. 가끔 후배들이나 자식에게 인생선배로써 조언을 해줄 때가 있다. 말을 하면서 속으로 아, 나도 예전에 지금 조언해 주는 것처럼 행동했다면 훨씬 좋은 성품을 유지했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책을 읽다 보니 그 이유를 찾았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없다.



아는 지인 중에 유난히 '상처받았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 분이 있다. 처음엔 사건의 위급함이 주는 단어의 신선함에 위로도 하고 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것은 그의 습관이자 열등감 뒤에서 숨는 피해자 코스프레 단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처받았음에도 참았다는 것은 배려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배려가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히는 상처로 남는다면 두 배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 내 본심을 당당히 표현하는 건강한 까칠함이 필요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내내 강조했던 까칠함은 최소한 자신을 숨기고 상대를 위해 참으며 무시당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의미다.


인간은 지극히 나르시시즘으로 뭉쳐진 존재다. 그 기조는 타인의 시선에까지 이어져 세간의 평판에까지 연연하게 된다. 나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억울한 것이다. 인간관계는 어찌 보면 단순한 것 같다. 나와 관계가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리고 또 하나 소문에 휩쓸려 자신의 관점으로 단정 짓는 사람이다.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라는 생각의 밑바닥에는 이런 나르시시즘의 심리가 깔려 있다는 해석은 신선했다. 그러니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일치감치 거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저자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정신관리를 유지토록 권한다. 우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마다 있는 다양한 열등감(작은 키, 외형적인 불만, 사회적 위치, 직업, 부모)은 그냥 자신의 일부라 인정하면서 살아가야 정신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럴 시간에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 의견을 상대에게 어필하고 싶을 때는 강요가 아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근거로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상대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을 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듯이, 나 자신도 그런 잣대로 시작해야 당당하다. 짧고 명확하게 타당성 있도록 내 의사를 전달하도록 노력하는 것.. 상대는 아마도 까칠하다고 받아들이겠지만 내키지 않은 상태로 대화를 종료한 것보다는 백배 나은 선택이다. 또한 상대를 대할 때 자세 또한 그 사람의 이해와 사랑을 토대로 갖춰야 대등한 관계가 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시작한 까칠한 관계의 시작은 건강한 관계로 승격된다.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이듯이 자기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많은 경험(독서, 강연, 친밀한 관계)을 통해 혜안을 갖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좌절과 고통의 경험이 있겠지만 그만큼 자신을 성숙시킬 것이다.


건강한 까칠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늘 그렇지만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하여 우리 모두 파이팅!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양창순 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애쓰지 않고 편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