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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누구보다도 내 몸과 잘 지내야 한다.

위벽은 위의 안쪽 면을 가리킨다. 위는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염산을 분비한다. 그러므로 위벽은 강한 산성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하며 자신이 분비하는 소화효소에 위벽이 소화되어서도 안 되고 음식물과 수시로 발생하는 마찰도 견뎌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위궤양이 생길까? 스트레스로 긴장이 계속되면 위액을 보호하는 점액량이 준다.

그러면 위산이 필요이상으로 많아지고 궤양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본문 中




먹방 유튜버들을 보면 감탄도 하지만 '어떻게 저 많은 음식물을 먹는데 소화가 될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곤 한다. 이 책은 평생 인간과 함께 동거동락하고 있는 신체기관 중 '소화'에 대한 재미있는 상식을 소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몸의 건강은 '소화'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소화는 평생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한 탓에 고장도, 노화도 빨리 오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소화를 아는 것은, 몸을 이해하고 건강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인체이야기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호기심천국처럼 재미있는 것 같다. 특히 이 책은 현대인들이 딱 궁금해하는 소화에 관련된 이야기들만 집어서 발간한 느낌이 들어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기본적인 상식으로 시작해서 소화기간의 궁금했던 이야기까지 알기 쉽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입'으로 시작해서 '항문'까지.. 학술서 같으면서도 안내서 같은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해 줄 만한 책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나는 음식의 '입'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소화의 첫 번째 관문인 '침'의 역할이 크다. 오래 씹을수록 위와 소장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더욱 먹방 푸드파이터들의 소화기관이 염려가 되었다. 우리들은 혀와 이가 음식을 즐기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자. 이젠 누구에게나 상식이 된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매운맛을 느끼는 것은 캅사이신의 통증일 뿐이다. 깨알정보도 알려주는 데, 양치습관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333보다는 123(식후 1분 내, 2분간 양치, 하루 3번)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 입안의 치약이 남지 않도록 헹구는 것도 잊지 말자.


새롭게 알게 된 상식 중 하나가 '식도'였다. 식도는 중력에 반하는 기관이라는 것. 음식물은 식도의 근육으로만 위까지 음식을 운반한다고 한다. 물구나무를 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위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9초라고 한다. 그래서 푸드파이터들이 그리 빨리 먹는 거였군!


식도를 거쳐 만나는 위는 소화기관이라기보다 소화와 흡수의 핵심 장기에 '작은 창자'로 보내기 위한 징검다리 기관이라고 한다. 물론 일부 소화도 하지만 우리가 전폭적으로 소화한다고 믿었던 건 오해다. 위는 음식물들을 적당히 잘라주고 위산을 분비해 주는 기관일 뿐이다. 위산이 음식물을 상하지 않게 보호해 준다는 실험결과는 흥미로웠다. 강력한 위산의 위력은 구토를 해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침묵의 장기로 알려져 있는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고 음식물이 몸에 흡수될 때 해독 작용을 해주는 아주 훌륭한 장기라고 한다. 일선에서 항상 바이러스와 싸우며 전투 중인데 패배할 경우 간염이 된다고 한다. 간염, 간암 모두 무서운 병이니 평소 건강검진 때 빠트리지 말고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외에도 이자(췌장), 쓸개, 작은창자, 큰창자, 장내 미생물, 항문까지 재미있는 상식거리 일거리가 쏠쏠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작은창자는 큰창자보다 길이가 더 길다. 큰창자는 두께로 큰창자로 칭한단다. 작은창자에서는 위에서 잘게 부순 음식물의 영양소와 수분 대부분을 흡수한다고 한다. 작은 창자가 일을 참 많이 한다는 사실이 재미있었고, 의외로 큰창자는 작은창자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수분만을 흡수한다고 한다. 큰창자는 대변창고 역할이 주(主)라고 하니 의외였다.


입에서 맛있게 먹었다면 건강하게 배설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 기관이 '항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황갈색 또는 금빛이어야 건강하다. 소화를 돕는 빌리루빈 성분이 중요하다. 까만 변이나 은색이나 흰색에 가까운 변은 췌장에 염증 또는 소장이나 위장의 출혈이 있을 경우라고 하니 변기물 내리기 전에 한 번씩 확인도 해줘야 할 것 같다.


내 몸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안 시간이었다. 저자는 의학이 모두를 위한 교양지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냈다고 말한다. 의학은 전문의들만의 학문이 아니라 교양으로 알아야 할 시대란 뜻이다. 소화 장기는 한시도 쉬지 않고 우리와 함께 죽을 때까지 일하다 소명을 다한다. 동반자란 뜻이다.


우리는 젊은 시절엔 건강한 장기만을 믿고 술과 담배, 폭식, 스트레스로 몸을 혹사시키다, 늙어서는 그 대가로 병들고 아픈 몸을 치유코져 모은 돈을 병원에 갖다 바치며 살고 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유병장수하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나의 친정아버지도 젊은 시절 그렇게 좋아하시던 술로 인해 뇌졸중이 칠십 이른 나이에 맞았고 여태까지 정상생활을 못하시지 않는가.


인간이 최단시간 행복을 느끼는 것 중에 '먹는 것'이 빠질 수 없다. 즐거운 여행에서도 맛있는 음식이 빠지면 섭섭하듯이, 잘 먹는 것만큼 평화로운 삶도 없는 것이다.


먹는 김에 이왕이면 건강한 밥상으로 먹자.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_예병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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