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

브런치 이웃분이 출간한 책을 읽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이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니다. 음악치료를 공부하러 온 사람들은 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지, 자기 상처가 없는 사람들이 타인의 아픔을 알아채고 공감하기란 쉽지 않지. 교수님은 치료사 스스로가 음악치료로 인한 정화 단계가 없다면 진정한 치유자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맞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건 썩 내키지 않는다.


본문 中




브런치(brunch)에 들어와 여러 이웃분들의 글들을 천천히 읽어보고 있던 중 '구수정' 작가분이 쓴 '음악치료'에 대한 어떤 글에 공감을 했고, 호기심으로 출간하신 책을 주문해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음악치료'처방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명감으로 '음악치료사'의 길로 들어섰는지 이유가 궁금해졌는데, 그녀는 솔직하게 처음부터 의도된 길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악기연주자로 '영 아티스트'에 선정되어 2년간 국가에서 지원받기로 약속되었고 개인음반 발매 준비, 유럽 투어 계획, 해외 레지던스 입주작가로 선정된 재능인이었다. 그런데 박사과정 독주회를 마치고 손가락이 이상해 병원진단을 받던 중 '국소이긴장증'이라는 현대 의학기술로는 고쳐지지 않는 청천벽력 같은 병명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음악 밖에 할 수 없는 삶에서 음악을 빼앗긴 삶으로 변모한 것이었다. 맙소사. 영화에나 나오는 일이 아니었다. 눈물을 마시고 자란 나무의 열매는 짤까?라는 글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두덩이가 뜨거워졌다. 그녀는 자신이 소금 덩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울었단다. 왜 안 그렇겠는가.


그녀는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이 모두 상처투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기 상처가 심하기 때문에 타인의 상처에 공감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향해 웃어주고 울어주고 음악을 찾아주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란 사실도 알게 된다. 음악을 버리지 않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가볍게 시작한 그녀의 선택이 인간으로서 성찰과 인생의 배움을 터득한 시간으로 풍성한 인생 이야기를 갖게 되었다.


음악치료사는 내담자(환자) 혹은 클라이언트(client)의 내면을 살피는 치료를 음악으로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마음의 문이 닫힌 사람은 건강상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상은 가능하다. 치료는 특정한 사람을 지목하진 않지만 저자는 주로 우울증, 불안증, 자폐증 등 기타 정신적 어려움과 심리적인 문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지기능향상을 깨워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병동이나 각종 기관에서 정해준 시간에 팀을 짜 내담자를 위한 세션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한다. 진행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 행위를 했던 과정을 세밀히 기록하여 내담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모두에게 공유한다. 말이 쉽지 음악 행위를 글로 완벽하게 서술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울 듯싶다.


음악을, 음악 행위를 글로 완벽하게 서술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있었던 상황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최대한 견제하며 내담자의 소소한 변화를 기억해야 한다. 기록하면서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화 내용을 통째로 기억하는 습관이 생겼다.



시각장애가 세상과 단절이라면, 청각장애는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단절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눈이 보이고 말을 할 수 있어도 타인이 말하는 것을 정확히 듣지 못한다면 관계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각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고, 그것을 치료와 접목시킨 거라 생각이 든다.


즉, 음악치료사는 사람이 정신적 수렁에 빠진 이유를 찾아내는 기술자였다. 닫힌 내담자의 눈과 입과 귀가 열리도록 오감을 동원한다. 음악치료는 내담자를 위해 무의식을 여는 장치다. 무의식에서 기억되는 순수한 기억을 음악을 통해 끄집어 내게 한다. 음악치료는 음악을 통해 마음을 열게 하고 표면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신비로운 활동처럼 보였다. 그러기 위해서 악기는 중요한 무기라 할 수 있겠다. 세션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악기들을 지원받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구입도 하면서 내담자에 맞춤형 악기와 음악을 기어코 찾아낸다고 한다. 제한된 시간에 집중하기 힘든 내담자들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인 타악기 종류는 정말 다양했고 악기 얘기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소리구현을 위한 치료사들의 노력과 흥미가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버펄로 드럼'이라는 악기가 좋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던 악기는 한국의 '어(敔)'와 같은 원리의 악기인 '나무개구리' 다. 상상이 돼서 혼자 키득거렸다. 등을 긁으면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청량하게 울린단다. 입이 아니라 등에서?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음악치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라포형성'이라고 말한다. 공감을 넘어서 상대방에게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양보호사 교육에도 '라포형성'을 배운다. 상대에게 내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도록 친근하게 다가가라는 의미일 테다.


이 책은 음악치료사로 일하면서 음악치료로 극복된 다양한 내담자의 사례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 이론들은 말 그대로 이론일 뿐 좌충우돌 다양한 내담자의 상황과 부딪치면서 난관을 겪고 또 극복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쓰여있다. 솔직히 나는 그녀가 접은 꿈이 아깝다. 다시 일어서도 좋지 않을까.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고 했다. 다시 도전했으면 좋겠다. 빠르게 도착하지 않아도 행복하다면 말이다.





<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 / 구수정 저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본 산고_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