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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삶을 사랑하는 기술)

현재의 문제를 고대철학에서 답을 찾다

라파엘로_아테네 학당


현실을 찾아낸다는 것이 무미건조한 학문적 추구를 말하는 건 아니다.  플라톤에게 현실 발견이란 한 사람의 인격 전체가 떠나야 하는 여행이다.  플라톤은 인간의 심리를 정교하게 설명했는데, 이는 많은 현대 심리학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우선 인간은 하나가 아니라 몇 개의 자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정신은 서로 다른 경쟁적 시스템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시스템에는 고유의 안건이 있다는 것이다.



- '플라톤이 권하는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기술'  中




'내 마음을 읽는 시간(변지영)'을 읽고 난 뒤 저자의 권유에 따라 구입해 읽게 된 책이다.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은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의 기초를 배운 시간이었다면, 이번에 이어 읽은 이 책은 심리학의 개요 안에는 철학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공부하는 기분이 들어 신선했다. 나이를 먹으니 피교육생 입장이 되면 편해진다.


'철학을 권하다'의 저자 '줄스에반스'는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수시로 공황발작,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외상 후스트레스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세완화를 위해 인지행동치료를 받다가 그 아이디어와 기법이 그리스. 로마철학이 치료의 중심에 있음을 발견한다.  그의 병세는 정신의학의 처방대로 약물이나 시술로 바로잡는 신경학적 기능장애가 아니었고, 스스로 숨 막히게 하는 해로운 믿음과 사고습관이 기초되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결론적으로 그는 고대철학을 통해 삶의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이전보다 더 잘 통제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위그림 참조) 인물들 중 소크라테스와 후예들을 현실 속으로 꺼내와 철학이 현대인의 심리적 치유로 얼마나 쉽게 대비하고 실천 가능한지 알려 주고 있다.  플라톤은 무미건조한 학문적 추구를 말하지 않았다.  플라톤에게 현실 발견이란 한 사람의 인격 전체가 떠나야 하는 여행으로 표현한다.  플라톤이 정교하게 인간의 심리에 대한 설명은 현대 심리학 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현실적 충동을 억누르는 연습은 이성의 지배를 강화하는 연습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수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힘들어한다.  분명히 예전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느끼면서도 불평불만은 끊임없이 야기되고 힘들어하는 것이다.  의학처방이 애매한 병명에는 '스트레스'라는 진단이 어김없이 붙는다.  하지만 면밀히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는 자신을 돌보지 못해서 찾아온 무책임의 결과다.  저자는 자신의 영혼을 관찰하고 어떤 믿음과 가치가 합리적이며 어떤 것이 해로운지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우리 스스로에게 행할 수 있는 의술의 한 형태라 말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소크라테스적 방법론을 새롭게 창조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기술로 치유하는 방법이라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습관을 만드는 훈련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성이라는 훈련을 통해 의식적으로 자신의 믿음을 바꿀 수 있다.  감정은 믿음을 따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삶을 사랑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열두 가지 철학적 기술을 알려 준다.  읽다 보면 자신의 삶 속에서 적용하고픈 철학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삶의 철학이 다르 듯, 자신이 실천 가능한 철학자의 좋은 삶의 모델들을 자기 본위로 끌어오면 될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학 역시 훈련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흔히 철학을 체조에 비유했다.  반복적인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근육'도 특정 운동처럼 반복함으로써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훈련도 연습할수록 쉬워진다.  즉, 훈련을 충분히 하고 나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고, 적절한 행동이 동반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믿음'뿐이라고 말했다.  에픽테투스는 '회복탄력성'의 철학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상처투성이 삶을 이용했다.  당시 노예 신분이었던 그는 언제라도 매를 맞을 수 있고 고문을 당하거나 처형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믿음을 믿었고 스스로 운명을 통제했다.  '인간의 정신보다 더 다루기 쉬운 곳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능력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스토아 철학자들은 어떻게 불확실성과 억압을 극복하고 평정심과 강한 정신력을 유지했을까?  그들은 편안히 앉아 정신만 무장하는 훈련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통찰력 있는 정신만큼이나 강한 신체를 유지했다.  


플라톤은 유명한 레슬러였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육군에서 가장 강한 군인축에 꼈다.  즉, 실제상황으로 나가면 비참하게 파멸될지 모를 정신에 대비해서 몸을 만든 것이다.  오늘날의 삶에서 이런 스토아철학적인 태도를 찾는다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한다.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의 이념은 습관에 기초하여 작동하는 사고체계와 의식적인 사고체계를 모두 적절히 이용하도록 연습과 훈련을 하게 만든다.  이들을 레슬러 철학자들로도 칭한다.  그들은 인간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이성을 이용해 자신의 믿음을 고취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내 영혼의 주인으로 사는 기술을 알려준 에픽테투스의 철학이 전달하는 기술은 명확하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능력은 오로지 자신의 믿음이며 그 믿음을 현실화하려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의식적 체계를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포츠맨이 아니니 어느 정도 거리감 있는 기술일 수 있다.


나는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철학으로 '에피쿠로스 철학의 기술'을 권하고 싶다.  에피쿠로스가 권하는 철학적 기술은 지금 여기, 삶을 즐기는 기술을 말한다.  행복을 향한 행동을 하며 인생을 즐기자고 말한다.  그는 절대적인 선이나 악은 없고, 즐거움으로 이끄는 생각과 행동, 고통으로 이끄는 생각과 행동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에피쿠로스는 신들의 존재를 믿기는 했지만, 신은 우주의 머나먼 구석 어딘가에서 나른하게 자족하며 살아가며 인간사에는 관심조차 없는 게으른 존재로 생각했다.  그러니 우리 인간도 세상사에 괴로워하지 말고 무관심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즐거움을 쫓으며 살아가고 사후세계 따위는 없다고 확신했다.  욕망의 한계를 정하면 된다.  


즉 합리적 쾌락주의자다.  좋은 삶에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안전. 건강. 이성 친구들이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욕망은 적고 단순할수록 충족시키기가 쉽고, 일을 덜 해도 되며, 그로 인해 친구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충족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의 창고 속, 재물을 더 축적하기 위해 필요이상으로 에너지를 쓰고 시간을 낭비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미래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한 투자였다고 변명할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말한다.  '그 어떤 즐거움도 그 자체로 악은 아니다.  하지만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것들은 즐거움 그 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수반하는 경우들이 있다.'  에피쿠로스학파는 스토아학파와 '치유로서의 철학'이라는 개념을 공유한다.


이 외에도 너무나 훌륭하고 멋진 철학자들의 소개와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조금 흥분되고 즐거운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철학을 삶의 방식으로 따른다면 최소한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힘든 삶이 불행의 이유는 아니다.  치열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학은 훈련이다.



<철학을 권하다 / 줄스 에반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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