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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만족, 생강청 만들기

일상의 행복은 무궁무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우울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삶이 흡족할 때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분 좋을 때는 대다수가 감정의 근거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반면 우울할 때는 불행의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으려 든다.  우울할 때는 이유를 묻고, 행복할 때는 묻지 않는 것이다.


- 늙는다는 착각 中




어젯밤에 씻어놓은 생강이 밤새 몸의 물기를 빼고 뽀송하게 날 기다리고 있었다.  생강 특유의 까끌한 섬유질을 망으로 걸러내고 진하게 우려낸 생강청은 따뜻한 물과 희색해 차로 마시면 난로가에 앉은 사람처럼 온몸이 훈훈해진다.  


휴일아침 믹서기 소리가 요란해도 식구들은 꿈결로 들린다는 것을 나는 안다.  보자기로 믹서에 간 생강을 짜내고 생강전분이 갈아 앉을 동안 나는 잠시 기다린다.  전분이 걸러진 생강물과 설탕을 냄비에 넣고 끓여 주면 완성이다.  부엌에서부터 시작된 생강 냄새가 알싸하게 퍼질 즈음 이불속 가족들은 올 겨울 냉장고 한쪽을 든든히 지키는 생강청을 만든다는 것을 짐작하겠지.


머그 컵 하나 가득 만든 생강차를 입안에 넣으니 이번에도 잘 만들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나는 가족들이 생강차를 마시며 '으아, 좋다' 하는 소리를 낼 때도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마신 것처럼 즐겁다.  


행복한 삶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행복은 대부분 순수하고 사소하고 조용한 삶이다.  




*우리 집 생강청 만드는 법

재료:  깐생강 2.8kg,  비정제설탕 1.6kg,  배즙 1kg

방법:   1. 배즙과 깔끔히 깐 생강을 믹서에 간다.

          2. 보자기로 믹서에 간 생강을 꼭 짜준다.

          3. 30분 정도 생강전분이 가라앉히고, 걸러낸 생강물을 설탕과 섞어준다.

          4. 센 불에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인 뒤, 생강청이 2cm 정도 줄어들었을 때 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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