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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

문제는 인생을 허비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우리의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인생의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다는 데 있습니다.  인생은 충분히 깁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도 남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치를 즐기고 무관심하게 살면서 선하지 않은 목적을 추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러느라 삶은 미쳐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쏜살같이 흘러가 버리죠.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로 어린 네로의 스승이기도 했지만 훗날 음모에 휘말리면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인물이다.  로마시대의 크게 성행했던 스토아학파는 이데아적 윤리를 설파했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는 달리 미덕을 실천하고 자연질서의 규칙에 순응하는 것만이 잘 사는 삶이라 설파했다.  


세네카는 혼란스러운 로마의 시대적 상황 속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었다.  나는 수세기를 넘은 지금도 그의 인생 담론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에 놀랍다.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내재되어 있는 혼란 속 의문의 질문들이 여전히 그 시대에도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짧은 인생임을 알면서도 마음의 평온을 다스리지 못하는 감정인 욕망, 화, 쾌락, 행복, 불행, 죽음에 대하여 어떻게 주인이 되어야 하는지 이성적인 관점에서 심도 있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세네카는 한없이 짧게 느껴지는 인생일지라도 제대로 사용하는 관점만 지킨다면 충분히 길다고 말한다.  문제는 짧은 것이 아니라 '낭비'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는 인간을 야유하는 직접적인 비유도 신랄하다.  


인간은 자기 재산을 넘보는 사람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합니다.  누군가 자기 땅을 조금이라도 넘어오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돌을 들고 무기를 휘두릅니다.  하지만 타인이 자기 인생을 침범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재산에는 인색하면서 시간을 나누는 데는 거리낌이 없으니, 정작 아껴야 할 것을 낭비하고 있는 꼴이 아닙니까?



시간의 낭비는 어떤 것일까.  우리는 시간을 내야 하는 이유에만 정신이 팔려 시간 자체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상대방의 요청의 합당한가에 대응하느라 자신의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함부로 허비한다.  우리는 돈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에 임금을 받기 위해 기꺼이 노동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시간은 아무 쓸모가 없는 듯 아무렇게나 허비한다.


아무리 물을 많이 쏟아부어도 그릇이 없다면 담을 수 없듯이, 아무리 긴 시간이 주어져도 여유가 없다면 마음의 갈라진 틈새로 삶이 줄줄 흘러내리고 말 겁니다.



금수저로 태어났다면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쓰겠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돈 많은 유명인사의 추락기사를 수없이 지켜보면서도 깨닫지 못한다.  부유하게 태어났든, 빈곤하게 태어났든 어떤 상황에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은 끊임없이 새로운 일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불안은 쾌락으로 채우려 하지만 쾌락과 향락을 탐하는 그 순간에도 불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쾌락은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우리가 환상하며 동경하는 금수저들은 그저 금으로 치장된 쇠사슬에 묶여 살뿐이라고 표현한다.  


미덕을 실천하는 부자들은 제외하겠다.  부유한 현자라면 재산을 중요한 가치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현명한 사람에게 주어진 부는 뱃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돛을 부풀리는 순풍이나 매서운 겨울에 내리쬐는 한줄기 햇살로 비유했다.  즉 돈은 명예롭게 사용해야 한다.


돈에 대해 나는 누구보다 할 말이 많다.  친정엄마는 평생 돈의 노예로 사셨다.  돈만이 인생의 동아줄과 같은 구원이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 논리는 게으름을 쫓는 채찍으로 작용하여 가족들을 내몰았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도피처로 쾌락의 술독에 빠지셨다.  엄마는 돈을 좇았고 아버지는 술을 쫓았다.  엄마는 평생 돈을 좇았지만 돈의 도움을 받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셨고, 아버지는 술친구를 보내고 뇌경색과 치매친구를 얻으셨다.  두 분은 그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시고도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모르신다.  엄마는 알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알 수가 없으시다.  부자든 빈자든 돈에 묶여 있기는 매한가지다.  


세월은 예고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하루하루 인생의 마지막이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순식간에 노인이 된 자신을 맞이하게 된다.  짧은 인생이라고 한탄하지 말자.  그것은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욕망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  항상 바쁜 사람은 끝까지 남을 위해 살기에 죽을 때까지 바쁘다.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세네카가 제안하는 행복한 삶의 조언은 단순하고 지극히 이성적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어떤 일이 생겨도 건전한 정신과 균형 잡힌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대담하고 활기찬 태도가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용감하고 굳건한 의지가 있어야 하죠. 또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되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워서도 곤란합니다.  삶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에 가치를 두되 어느 하나를 과대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행운의 여신이 부를 선사한다면 누리되, 재물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 / 세네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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