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행복이 과연 있을까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본문 中
세상을 경악케 했던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소설 '완전한 행복'을 읽었다. 읽는 내내 너무나 무서웠고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느꼈다.
고유정이 경찰이 체포하는 당시에도 평온함을 보여준 영상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녀의 범행사실을 들으며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행동을 감행할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저럴까 생각했었다. 현재 고유정은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 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이코패스를 경계하고 철저히 준비하고 대해야 하는 이유를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대개 머리가 좋고 사회적(외견상)으로 볼 때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로써 타인의 고통이나 두려움에는 둔감하다는 특징도 있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신유나)의 입장에서 진행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세 명이 그녀를 묘사하는 감정들과 현장의 파편들을 조각조각 모으며 독자들을 몰입케 하는 형식이다. 그 세명은 신유나의 7살 딸인 '지유', 그녀의 두 번째 남편 '은호', 그녀의 친언니 '재인'이다.
소설 속 신유나를 보면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에서 2년간 부모와 떨어져 살며 형성된 치명적 성격이 고스란히 다듬어지지 않은 채 성장한 느낌을 받는다. 엄마의 급작스런 병세로 할 수 없이 떨어져 살아야 했지만, 언니는 부모의 손에 남겨지고 자신만 버려졌다는 피해의식이 잠재되어 있다고나 할까.
그녀는 당시 언니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부모의 고통은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사랑을 독점하고픈 신유나의 성격을 외할머니는 고쳐야 할 손녀의 투정으로 받아들였고, 다락방에 감금해서 오히려 언니(재인)에 대한 적개심만 키우는 아이로 변모하게 만든다.
유나는 자신의 '완전(완벽)한 행복'을 위해 투쟁하듯 사랑을 갈구한다. 그 사랑은 소유물이었고, 자신을 버려서도 안 됐다. 그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결정에 의해서만 가능했다. 유나는 언니(재인)의 11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해 딸 지유를 낳는다. 독점을 강요하는 숨 막히는 그녀의 성격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요구하자, 할머니가 살던 산장으로 이별여행을 가장해 끌어들여 죽인다.(산장의 살인사건 묘사는 너무 잔인하고 공포스러웠다. 앞으론 오리고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녀 주변에는 이상한 죽음들이 있다. 결혼 전 사귀었던 두 남자의 죽음, 그녀의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첫 번째 남편의 죽음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수면제 복용을 의심케 하는 졸음운전도 그렇다. 두 번째 남편 '은호'의 아늘 '노아'의 죽음은 '고유정 사건'을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아버지 발 밑에 깔려 익사한 사건이 그것이다.
마지막에 다다를 때까지 무대를 장악하는 불사신처럼 신유나는 모든 주변의 사람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나약한 여자 하나를 제압하지 못하는지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나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남과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이 삶이라는 그림 안에서 공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들은 그것을 이용하고 그런 심리를 장난친다. 우리는 행복한 순간들의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완전한 행복이 된다고 믿지만, 그들은 완전한 행복을 위해 불행의 요소들을 제거한다.
우리는 살면서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다. 나의 행복에 방해되는 뺄셈으로 보일 뿐이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소설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들에게는 상식이 없기 때문이다. 다듬어지지 않는 고집스러운 성격이 그대로 자란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을 왜 이해해줘야 하는가!
소설은 읽기 벅찰 정도로 잔인하고 힘들었다. 작가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지만, 이 또한 상식적인 사람들에게만 이해되는 글이란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완전한 행복_ 정유정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