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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사회

초라한 내 삶은 누구 탓인가


니체라면 활동과잉의 인간을 역겨워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강한 영혼"은 "평정"을 유지하고 "천천히 움직이"이며, "지나친 활발함에 대한 거부감"을 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절대화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관심은 좋은 삶이 아니다.  이 경제는 더 많은 자본이 더 많은 삶을, 더 많은 삶의 능력을 낳을 거라는 환상을 자양분으로 발전한다.  이때 삶과 죽음의 엄격한 분리는 삶 자체마저도 섬뜩한 경직성을 띠게 한다.  좋은 삶에 대한 관심은 생존의 히스테리에 밀려난다.




자본주의 체제는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독점 자본으로 집중되면서 개인은 거대한 경제 기계의 일부로 변했다. 이는 고도로 전문화된 일을 가지고 있는 지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지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으며 뒤쳐지면 가차 없이 해고당한다.  거대한 조직이 정한 속도를 강요당하는 기계의 톱니로 변한 그들 역시 독립성을 잃어버렸다.



현대사회의 톱니로 살아가는 우리는 남들보다 빠르게,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많은 양의 성과를 내야만 인정받으며 추가적으로 '긍정적'인 성품까지 요구받기에 이른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반복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성공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에 개인의 무의미함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자유로부터의 도피(에리히 프롬 저)'에서도 다루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차츰 발달한 자본주의의 독점적 진행은 개인의 자유를 약화시키는 요인들을 비중을 늘려 나갔다.  전통적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는 커졌지만 개인의 무력감과 고독감은 늘어난 것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동등하지 못한 대결의 구도로 시작된 자본주의의 경제와 정치는 전보다 더 복잡하고 거대해진 반면, 개인이 그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은 전보다 더 복잡하고 줄어들었다.  개인이 실종된 도시의 거대함은 개인의 개성을 버리고 시계처럼 정확함을 과시하는 강력한 기계 톱니만을 요구받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적 사회로 변한 개인 가치의 상실, 사색을 답보한 채 자신을 혹사시키며 성과에 매달리는 긍정성의 과잉상태가 지속되면 자극, 정보, 충동의 표출되어 결국 사회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쳐 퇴화상태가 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회는 한마디로 피로사회, 우울사회다.


'멀티태스킹의 과부하'까지 다다른 현대사회(성과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주의구조의 큰 문제점은 다름 아닌 삶의 질이 아닌 생존을 위한 삶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맹점을 지적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사회는 야생동물의 경계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깊은 사색만이 최고의 장점인 인간이기를 버리는 선택의 말로이기도하다.



원시 공동체의 경우 농부들은 잉여가 생기지 않도록 생산을 줄이거나 소비를 늘렸다.  현대의 자본사회는 더 큰 성과를 올려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개개인의 욕망을 부추김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해 간다.  



노동을 비롯한 모든 인간 활동을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트런트 러셀 저'에서 효율과 최저 라인의 측면에서 측정되는 생산성이야말로 모든 작업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익을 낳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시각이 모든 것을 전도시켜 버렸다."



휴머니티에 등을 돌려버린 사회.  

개인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 것처럼 포장한 성공사회.


오늘날의 피로사회는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이끌고 있는 또다른 규율사회가 아닐까.


표현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무력감, 우울감은 결코 개인의 탓이 아님을 알려주며 위로해 주는 책이다. 


그러니 피로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생존과 경쟁의 외줄타기가 조성된 사회의 구조적 생태에서 벗어나 사색을 던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만이 기계인형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흔들리는 자아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피로사회 / 한병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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