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도 없는 거, 그게 좋은 가정이라는 게 아닐까, 그냥 밥 먹고, 자고, 가끔 외식하고, 가끔 텔레비전보고, 가끔 싸우고 더러 지긋지긋해하다가 또 화해하고, 그런 거... 누가 그러더라고,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켐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 즐거운 우리 집(공지영 저) 中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남편이나 아이들이 '엄마, 배고파' 또는 'OO 먹고 싶어'라는 말을 하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솟아나 벌떡 일어나 기분 좋게 부엌으로 향하곤 합니다. 배달 음식이 빠르고 맛도 있지만 내가 해준 음식이 순위에서 이긴 것 같아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집밥이 주는 강력한 행복의 위력을 알기 때문이지요. 일상의 따뜻한 위로를 주는 맛있는 집밥은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편안함과 여유를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전날 밤, 남편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내일 골뱅이무침 해줘!'라고 외치더군요. 먹방의 대리만족으론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 점심으로 푸짐히 차려낸 골뱅이무침입니다. 식초와 연겨자가 들어가 끝맛 텐션이 좋아요. 없던 입맛도 돌아오는 것 같고요. 무더위에 지쳐 사라진 식욕을 살려주는 요리입니다. 한 번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