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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으로 떠난 늦은 여름휴가

여가는 이제 필수가 된 것 같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듯 삶을 '음미'하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순간조차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삶을 즐겨라.  작은 것을 즐겨야 한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라도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


-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中




작년 무더위가 집중 포화되던 시기에 휴가를 다녀와 내린 결론은 절대 더위와 정면 승부는 무모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더위를 피해 바닷가를 선택했는데 그리던 해변가와 바다는 뜨거운 열기를 독기처럼 품고 있었거든요.


자고로 절기(節氣)는 속이지 못하는 법, 올해 우리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처서가 지나고 완벽히 안전할만한 8월 말로 느지막이 휴가 일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례적인 폭염이 여행이 끝나던 날까지 물고 늘어지더군요.  아침저녁으로 한풀 꺾여 다행이었습니다.


여행지 선택은 작은애가 산새가 풍부한 강원도 강릉 쪽으로 일찌감치 물색해 놨다고 알려줬습니다.  개강에 앞두고 있는 바쁜 형과 시기조율도 영리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어요.  성수기를 피하면 인파에 대한 피로도가 줄어든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작은 애는 강릉의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썬크루즈 리조트와 지중해 감성을 담은 산토리니 마을을 가져다 놓은 듯한 쏠비치 삼척에서 각각 1박을 하는 것으로 여행의 스케줄을 짰습니다.   


가격대가 좀 있는 곳이라 자식이라 할지라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용되는 소비는 전혀 아깝지 않고 돈을 버는 목적이기도 하다는 말을 해줘서 기특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족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안다는 것은 삶의 중요한 교훈과도 같으니까요.  아이들이 결혼해서 행복한 가족을 이루었으면 하는 것이 현재 우리 부부의 유일한 소망이기도 합니다.


저는 가족이 모두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들이 살면서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여행을 떠날 때면 항상 떠올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생각해 보면 모두가 아무런 사고도, 아무런 걱정도 없는 상태를 유지한 채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하지만 큰 축복과도 같은 시간이라 생각되거든요.


서울에서 강릉의 여행지까지 왕복 3시간에서 4시간이 걸렸습니다.  차 안에서 나누는 소소한 잡담과 일상을 나누는 이야기는 여행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 중에 하나입니다.  


앤드류 매튜는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일상의 공간에서 말하기 어색한 말들도 여행의 공간이동의 선택에서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그 시간은 이동하는 차 안인 셈이죠.  


우리는 자기 존재감을 스스로 믿고 단단하게 세상의 땅에 뿌리내리도록 격려하며 응원하는 시간을 거부감 없이 가졌고 동심을 품에 안은 채 첫 번째 여행지인 썬크루즈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썬크루즈 리조트는 CNN이 선정한 일생에 꼭 한번 가봐야 할 신기한 호텔로도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조각공원, 해돋이 광장, 천국의 계단, 전망대, 스카이 브릿치등 에메랄드 빛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껏 기상을 펼친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입구에서 관리하는 분들의 밝은 표정들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복지가 좋은 곳이란 생각에 호감도가 올라갔지요.  


하지만 딱 1박이 적당한 곳이란 생각도 아울러 들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과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이러한 생각은 인간의 소비욕망은 끝이 없다는 불편함이 근저에 있었습니다.  썬크루즈 리조트 앞에 별관처럼 바다 위에 떠 있었던 둥근 아일랜드 비치크루즈를 처음에 보았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아이들이 썬크루즈 이용료보다 훨씬 비교우위에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이 안 좋더군요.  


소비 자본주의 사회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요.  구매 심리를 이끄는 작동원리를 한껏 유혹하는 상업적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것 같았습니다.  별 생각이 없던 소비자들도 눈에 보이고 누군가 소비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계급의식과도 같은 필요 없는 소비도 내 욕망으로 가져오게 하니까요.  인터넷에서 화려한 이용후기를 보면서 짧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거칠게 때리는 힘찬 파도를 지닌 바다와 여행지의 고급스러움만으로도 충분히 과한 만족을 느끼며 미련 없이 다음 여행지로 이동했습니다. 


몇 년 전 양양 쏠비치의 좋은 추억을 담았던 우리는 제2의 추억을 쌓기 위해 삼척 쏠비치를 선택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환상적인 동해바다와 수려한 경관 그리고 파란 지붕으로 그리스감성을 재현한 곳이었습니다.  


곱고 깊은 모래사장, 장딴지 근육의 힘을 쓰지 않으면 쓰러트릴 기세로 때리는 강한 파도, 뭉게뭉게 아름다운 구름, 탁 트인 시야를 품에 안은 바다까지 둘째 여행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름답게 꾸며놓은 산토리니 마을과 카페 마마티라는 그리스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젖기에 충분했습니다.  우리를 위해 깨끗하게 단정한 하늘과 파도향이 곳곳에 세팅되어 있는 안전한 장소에서의 휴가는 그 어떤 고민도 끼어들 틈이 없었지요.  




성수기를 피해 떠났음에도 여행지에서 여가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여가는 필수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습니다.  


여행은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접하는 숨겨진 나의 감성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켜야 할 가치관을 응원받고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이었는데 숙소를 달리해서 인지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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