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론 엘리트는 정치권력과 광고주와 대주주와 기득권층의 이익을 기준으로 삼아 뉴스 가치를 판단한다. 그래서 김건희와 최은순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거액의 이득을 얻었다는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나도 보도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제시간에 출근하는 날이 많지 않다는사실에도 뉴스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국내 최대 법무법인 변호사들과강남의 술집에서 유흥을 즐겼다는 의혹이 나오도 부재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동훈 자녀의 대필논문 학술지 게재를 비롯한 스펙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취재도 하지 않는다.
검찰이 조국과 이재명 관력 의혹을 흘리면 사실관계도 근거도 확인하지 않고 '카더라 뉴스'를대량 유포했던 때와는 딴판이다.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도 부족하다. 기자들이 나빠서 그런 게아니다. 회사에서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유시민의 개인적인 비판적 생각을 적은 책이다. 취임 후 지금껏 30% 내외의 지지율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그는 시민들에게 인기 없는 대통령임에 틀림없다. 국가운영의 책임을 보여주는 성적표가 취임 이후 지금껏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정치초보인 그를 이해했고 포용의 정치를 기대하며 총선의 표로써 민심을 보여줬지만 대통령은 언행도 집권당의 정책도 총선 전과 달라진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유시민작가는 현 실제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 하듯 맹비난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반을 기대하기엔 희망고문과도 같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윤석열대통령이 탄생하기까지 추진해 온 시대적 배경서부터 앞으로의 미래까지 지극히 개인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책이다.
그는 취임 후 2년 반동안 우리에게 보인 윤석열대통령의 모습을 친절하게 정리해 주었다. 읽을수록 복기되면서 근거된 사례들이 속속들이 떠올라 답답증이 올라왔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검찰을 동원해 대선 경쟁자이고 국회 다수파 지도자인 이재명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2.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했다.
3. 모든 권력기관과 규제기관(경찰, 감사원, 권익위, 방통위, 방심위)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흠집 내고 입을 틀어막았다.
4. 이념 외교와 부자 감세 정책으로 대규모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만들었다.
5. 남북관계를 냉전 시대로 되돌렸다.
6. 국익을 팽개치고 미국과 일본 정부를 추종했다.
시민들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정치적 사고'였음을 깨달았다. 사회 곳곳에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나는 박근혜 정권의 종말을 보였던 단초가 각계의 시국선언문 발표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이 상기되어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자유주의 철학자 포퍼의 말을 인용하며 '최소 민주주의'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평했다. 무능한 자가 권력을 쥘 때를 대비해 '권력의 제한과 분산'인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막는 법치주의, 선출 공직자의 임기 제한, 삼권 분립과 사법부의 독립등 시민의 기본권 보장제도 덕분에 악을 최소화할 뿐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우울한 진단이 아닐 수 없지만 폭주의 한계가 있어 보여 안도의 마음마저 든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적들이 있다. 먼저 저자가 '아직 죽이지 못한 자'로 표현하고 있는 '이재명'이다. 윤석열대통령의 시선으로 보면 '아직 죽이지 못한 자'다. 또 한 명은 '조국'으로 '죽였는데 살아난 자'다.
하지만 사실 가장 무서운 적은 많은 수의 민주당 당원이며, 또 그러한 민주당을 신뢰하는 많은 국민들이란 점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윤석열을 응징하라는 민중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지지율과 같은 정책을 펼친다면 조기 레임덕으로 집권 내내 저항의 불길은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은 보수의 대표신문들마저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비난을 한다. 하지만 윤석열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그들이며 최근까지 집권당을 언론마사지 해준 것도 그들이다. 지난 총선의 예를 보더라도 2월 일반여론조사 결과까지 언론권력에 가려져 민심과 동떨어진 결과치를 보여줬었다.
선거 여론조사 시 동원되는 대중심리 조작의 위기를 느낀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선거구 여론조사기관을 시민들과 힘을 합쳐 만들었고 대규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언론의 기획을 무산시켰다.
시민들의 알 권리가 언론권력에 가려져 유권자로서 신성한 한 표를 정의롭게 행사할 수 없다면 큰 문제다. 현재 한국의 언론 엘리트는 능력이 충분함에도 쓰지 않고 성실하지도 않다. 시민들은 낡은 언론을 무시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저널리즘을 받아들였다.
시대 상황이 빠르게 진보하고 바뀌고 있다. 이젠 누구나 저널리즘 활동을 할 수 있고 언론기관에 몸담지 않아도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대중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 기술, SNS와 영상 플랫폼은 언론기업의 저널리즘을 해체하기에 이른다.
한국 언론 엘리트들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몰락하게 된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한국 언론은 저널리즘 규범을 무시한다. 무엇보다 사실을 존중하지 않는다. 정치권력과 유착해 이권을 따고 광고주를 위해서 기사를 쓴다. 대주주의 대리인이 보도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한다. 기자의 독립성이나 편집의 자율성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이념적 균형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지키지 않는다.
시민들은 권력과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동일한 태도로 세상의 불균형을 잡아주는 언론을 원한다. 그리하여 충분히 대내외 시선을 펼쳐놓고 시민들 스스로 논리적이며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언론 엘리트는 대주주와 기득권층의 이익추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다.
시민의 신문으로 태어났지만 기자들의 신문이 돼버린'한겨레'는 어떤가. 그들은 권력과 자본에 굴복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태도로 주주와 독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고립되는 섬을 선택함으로써 독자들은 떠나고 구독이 끊었다. 저널리즘의 본질적 역할을 잊은 언론의 결과다.
말이 나온 김에 한국 언론에 대한 평소 생각을 하나 더 말하겠다. 우리 언론은 자유를 찾고 민주주의를 세우는 데 기여한 바 없다.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협조가나 앞장선 적은 많다. 1987년 6월 민주 항쟁 때 국민과 함께 군부독재와 싸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군부독재에 빼앗긴 자신의 권력을 되찾기 위한 활동이었다. 그 시기를 제외하면 한국 언론은 언제나 권력 가진 자, 돈 많은 자, 많이 배운 자, 기득권자의 편을 들었다. 스스로 균형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균형을 파괴했다. 지금도 그렇다.
지난 6월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2024 디지털뉴스보고서' 조사 결과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대상 47개국 중 38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뉴스 신뢰도는 31%였다. 한국의 언론 엘리트의 책임 있는 각성과 대중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갈수록 신뢰도는 떨어지고 시민들로부터 서서히 외면당하다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권은 나라안에서 통치권을 장악하는 집단이다. 정권의 심판은 시민의 투표로 결정된다. 정권 내에 나라가 흔들리는 경우를 당하면 시민들이 분노하여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든다. 그 분노는 최고권력을 향한다.
한국정치는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는 적대적 대결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다. 저자는 이념으로 선명히 갈라진 이 시대의 분노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되짚어 준다. 물질세계에서 통하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정치 세계에도 작용된다고 보았다.
그 시초는 이명박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목숨을 빼앗음으로써 시작되었다. 보수정권에 대한 민중의 공분은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고 탄핵 촛불집회의 강력한 에너지는 다스는 누구 것이냐의 질문을 되살려내게 된 것이다.
저자는 윤석열대통령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세 가지 제안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수용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역사의 진보는 시민들의 힘으로 진행되었다. 정권이 망하는 것과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다르다. 결국 나라의 정의를 결정하는 것은 시민들의 힘이고 책임인 것이다. 국회를 움직이는 힘도 시민의 목소리에서 나온다.
우리의 짧은 근현대사 속에서 민주주의는 정직한 대가를 치른 시민혁명과 개개인이 스스로 계몽하고 발전시킨 꼭 그만큼씩만 앞으로 나아갔다. 국가경쟁력은 성숙하고 똑똑한 시민들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잊지 말자.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에는 정치의 결과물이 녹아있다. 물가, 교육, 일터, 복지 등 어느 하나 정치의 피조물이 아닌 게 없는 것이다. 지난 60여 년간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는 겉보기엔 모두 갖춘 듯 보이지만 민주주의와 주권이 생략된 것이 많았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고 시민들은 종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제한된 권력을 행사하도록 주권을 가진 시민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