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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자존감 수업

인정 욕구가 과잉된 세계를 경계하자



인간은 유소년기에는 '전능감'으로 넘칩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 즉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슈퍼맨이 된 기분으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가 다리가 부러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 나는 슈퍼맨은 될 수 없구나'하며 현실을 깨닫곤 합니다.  어른이 되면서 이러한 자신감 상실 체험이 늘어나는 한편,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대로 두면 스스로 자신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니 의식적으로 그 흐름을 끊어주어야 하는데요.


즉, 자신을 사랑하는 기술을 배워야만 합니다.  그것이 니체의 생각이었습니다.



명절 연휴기간 읽은 책이다.


40년 동안 니체를 읽어온 '니체 애독자'인 저자가 니체를 통해 체득한 '자존감 키우는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니체 철학은 아포리즘(aphorism)의 철학으로 그가 쓴 글은 짧은 경구로 구차한 논리적 이성에 호소하지 않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기에 독자들은 숨겨진 그의 해석이 필요했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책들이 니체의 철학을 해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책은 니체의 가르침을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삶에 완벽히 습(習)하며 성장한 저자 사이토 다카시의 이야기와 함께 해서인지 인용한 니체의 글들을 모두 핵심적으로 뽑아냈고 쉬운 해석까지 곁들여 멈춤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니체의 아포리즘이야말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행동지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신으로부터 자유는 얻었지만 그 자리에 남들의 시선, 남들의 소비, 남들의 인정에 온통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사회적 지위에 맞춰 소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행하는 모든 상품은 구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말하듯이 현대인들에게 자유는 독립과 합리성을 부여하지만, 개인은 독립된 책임인 자유로 인한 불안한 고독에 빠졌고 그 고독을 견디기 힘들어 새로운 의존이나 종속을 추구하는 도피를 선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체제의 현실 내면에는 다양한 통신매체(인스타, 유튜브, SNS 등)가 한 몫하고 있는데, 전달하는 비교우위에서 느끼는 심리적 강박은 자존감과 열등감을 조장하기에 이른다.  SNS는 쉽게 자신의 인정욕구를 채워주기도 하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열등감과 함께 자기혐오로 자존감이 낮아지게 만든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무한 루프'로 찾아내고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일부러라도 그대들 자신을 믿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어떻게 남들이 그대들을 믿겠는가! - 니체 전집



그러니 가벼운 깃털처럼 움직이는 SNS에 자신의 자존감을 걸 필요가 없다.  저자는 '신은 죽었다'라며 거대한 기독교라는 권력에 홀로 맞선 니체를 떠올리고 당시 겪었던 그의 시대적 언어폭력을 상상해 보라 말한다.  


사람들의 하찮은 말들에 번뇌하지 말고 자신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 강인해지는 것은 용기 있게 자신을 사랑하는 기술인 것이다.  고독을 느낀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에 떠밀려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우리에게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자율적으로 '고독'이라는 자유를 선택하길 권하는 것이다.


저자는 40십 가까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인생의 길에 완벽히 정착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자신을 믿으며 다독였다고 한다.  위축되지 않도록 항상 '나는 언제나 내 편'이라는 말을 되뇌며 단독자가 된 기분으로 살았다고 한다.  


묵묵히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자신을 믿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용기는 자신을 철저히 사랑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자신을 인생이라는 커다란 바다를 항해하는 작은 배라고 상상하며 살았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거친 파도(사람들의 시선, 욕구, 질타)에 자아를 잃지 않고 제대로 닻을 내리는 자신을 상상하며 사는 삶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니체의 철학과 결부하여 들려주는 저자의 진심이 느껴졌다.


니체 역시 행복추구에 대한 고민을 철저히 했고 그 답은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행복이란 고민과 고통을 겪은 후에 얻는 만족감이란 것이다.  고통이 사라진다고 행복한 건 아니며, 고통을 극복할 때 진짜 행복의 가치를 느낀다는 것.  아무 일도 없는 지루한 일상만이 존재하는 곳에는 행복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도 인생의 선물이라 생각하며 나에게 닥친 운명을 사랑하자.



차라투스트라는 '행복'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무조건 고민이 해소되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그런 것은 행복이 아니다. 나는 사업을 이루는 일에서 행복을 추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사업'이란 고민과 고통이 있는 모든 형태를 말한다.  책에서도 인용한 거대한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 이야기가 떠오른다.  초기에 우리는 강제노동(징용)으로 피라미드가 완성되었다고 상상했지만 오히려 노예징용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노동자 가족이 함께 살았던 흔적과 노동자들 시신에서 수술흔적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는 국가사업이었을 가능성과 '불사不死를 위한 장치'인 위대한 사업에 모두가 참여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의 거대한 염원의 일체감이라야 설득이 되는 피라미드인 셈이다.  


부처 역시 삶은 고통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고통 속에서 허우적 대지 말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고통과의 정면승부는 자기애가 충만하고 운명을 긍정하는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용기만이 가능하단 결론이다.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자존감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교훈처럼 녹아있다.  니체의 철학을 좀더 빠르고 쉽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대들 영원한 자들이여, 세계를 사랑하라, 영원히 그리고 부단히.

고통을 향해서도 '사라져라, 하지만 돌아오라'라고 말하자.

모든 기쁨은 영원을 바라기 때문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의 자존감 수업 / 사이토 다카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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