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책 그래서 기운이 나는 책
내가 일기를 쓰는 방법은 조금 독특하다. 약 한 달 전 일을 기억해서 일기를 쓴다. 어떤 순간 사진을 찍어 사진에 짧게 메모를 해둔다. 어떤 상황이고 기분이 어떤지. 그렇게 하면 한 달 후에 봐도 기억이 잘 떠오른다. 이렇게 시간 간격을 두고 기록하면 웬만한 일은 에피소드가 되어 차분히 당시 상황을 돌아볼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나를 타인처럼 바라보게 된다.
본문 中
"엄마, 다크서클이 심해요. 웃음기가 하나도 없어요. 쓰러질 것 같아 보여요." 친정엄마 장례식 이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너무 많은 고민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우리 가족들에게만은 스트레스를 옮기고 싶지 않아 악으로 버텼건만 내 얼굴은 숨길 수가 없었나 보다. 작은애가 너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손을 잡아서 '그렇게 심한가' 싶어 자세히 거울을 봤던 것 같다. 심각했다.
그래. 현실적 고민은 작든 크든 항상 내재되어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까지 고민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이며, 나부터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더니 고맙게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나를 일으켜 세워줄 힘이 나는 책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움직일 반경은 그 정도였다.
가벼운 제목부터 미소가 피어나는 '어이쿠, 오늘도 행복했네'란 책이다. 매일매일 행복하다는 저자의 소개가 있었고, 알고 보니 개그콘서트에서 '웃기지, 웃기잖아' 말하며 쿨하게 퇴장하던 개그맨이 떠올랐다. 그는 통 보이지 않더니 전업주부와 블로그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었다. 나는 편하게 그의 행복한 일상을 따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읽다 보니 그는 나와 비슷한 유년시절과 유사한 생각들이 많았다. 그는 불행한 집에서 자랐지만 행복한 어른을 꿈꿨다. 가정 불화로 항상 불안했지만 그 불행에 그는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까지.. 눈치가 빠를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이 오히려 어른이 되어 가정과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다시금 그를 바라보게 된 것 같다.
나의 단점은 숨기면 약점이지만 드러내면 팩트가 되어 스스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만든다는 생각은 꽤 괜찮은 발상이었다. 또 누군가가 부러워만 할게 아니라 따라 하면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것.
무엇보다 일기를 쓰는 방법은 나와 비슷했다. 나도 그처럼 당장 일기를 쓰지 않는다. 한 달까지는 아니지만 텀을 두고 나의 기분을 객관화하는 편이다. 나를 타인처럼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당시에 느꼈던 억울함, 괴로움, 슬픔들이 신기하게도 조금 완화되고 그다지 힘들었던 감정이 아님을 경험한다. 그렇게 많은 훈련의 기록들은 나를 스스로 성찰하게 만들고 당장 닥친 일에도 조금 여유를 갖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행복은 완벽히 갖추어진 삶의 조각의 완성품이 아니다. 행복은 아주 작은 가치관으로부터 시작된다. 소확행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다. 예를 들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살면 쉽게 이해된다. 넘어져 다리가 삐었다면 부러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처럼.
화가 날 때도 셀카로 못난 얼굴을 찍는다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험상궂고 못나 보일까. 모든 행동과 감정에는 관성이 있어서 우울감도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가벼운 책이었지만 가볍게 잊히지 않을 좋은 책이었다.
"세상에 부러운 일은 참 많다. 부러운 게 하나 생길 때마다 진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오랜 시간 패배자로 살아야 할 것이다. 부럽다면 따라 하라. 닮기 위해 노력하라. 행복한 가정이 부러우면 가족을 위해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따라 해 보고,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부럽다면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닮기 위해 꾸준히 모방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