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전문가의 양심선언
오늘날 주부들은 두 가지 점에서 경제성장에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무분별하게 가공식품을 소비함으로써 식품산업을 번창시킨다는 점이요, 또 하나는 가족을 질병에 걸리게 함으로써 의료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점입니다.
마트에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는 형형색색 과자들은 영양가는 없으면서 적은 양으로도 혈당치를 급상승시킨다는 사실은 상식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쉽게 손절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시적이라는 심리적 저지선이 발동하거나 표면적으로 당장 부작용을 느끼지 않아서 일 것이다. 요즘은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인지력가 높아져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가급적 구매를 지양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 책의 저자는 유명 과자회사에서 16년간 근무한 과자 전문가다. 전문 분야인 만큼 자부심도 상당했을 텐데 어느 날부터인가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건강 문제를 앓는 것에 의문을 갖게 되었고 조사하다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백해무익한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양심선언과도 같은 과자에 유해성을 알리는데 주력한다. 이 책이 그 일환이다.
생활습관병은 정제당과 나쁜 지방 그리고 식품첨가물이 첨가되어 있는 가공식품이 원인이다.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암과 심장병, 당뇨병 등은 희귀한 병으로 분류가 되었지만 지금은 5대 사망순위인 질병으로 '가공식품'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공식품을 섭취했을 때 체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일정하지 않으며 체질마다 제멋대로라는 것이 나는 무섭게 읽힌다. 가공식품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독은 약물 남용의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다. 지방과 정제된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개인의 의지력만을 탓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영양의 비밀/프레드 프로벤자 저'에서도 지적하지만 인간의 먹이 사슬을 지배하는 강력한 기업들과 맞설 정치적 의지의 결핍이 문제로 생각된다. 저자 역시도 우리나라의 어마어마한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식품 산업에서 기업들의 로비는 이미 상상을 초월한 상태라며 지적한다.
책에 거론된 가공식품의 위해성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햄과 소시지에는 치명적인 '아질산나트륨'이라는 유해한 베스트 첨가물이 들어있다.
- 아이스크림의 주성분에는 유화제(발암물질의 근원으로 체액에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역할로써
당류와 지방질 원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 라면에는 과도한 지방과 나트륨(세계 보건기구 1일 섭취 기준치를 넘어섬) 함유되어 있다.
- 풍선껌 특유의 냄새와 맛에는 유기 화합물과 합성물질(일반 식품에 비해 향료 사용비율 10배)때문이다.
- 캔디에 들어가는 설탕과 정제물엿은 당 대사 기능에 해악을 끼친다.(대표적 혐오 화학물질)
- 패스트푸드는 높은 지방함량과 고칼로리 그리고 첨가물이 들어 있다.
- 가공치즈와 버터에는 유화제와 조미료, 향료, 색소와 보존료로 위장되어 있다.
- 노란 우유(가공유)에는 바나나 맛을 내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 향료, 호르몬 교란 물질등이 들어있다.
- 청량음료에는 정제당과 향료, 각성물질, 방부제가 함유되어 있다.
과학의 발전 중에 가공식품의 등장은 '재앙'이라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절대적인 행복의 조건인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변해야 한다. 기업들의 생존전략에 위협을 줄 원인은 소비자뿐이기 때문이다.
습관은 나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주독자층은 어린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부터 손쉽게 섭취하는 과자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격리시키고 훈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양의 비밀'에서는 우리 몸의 기능을 믿어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몸의 세포와 장기는 내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몸에 필요한 식품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포의 기억'이라고도 부르는데 내 몸은 자신의 영양 상태가 부적절해지면 자연스럽게 익숙한 음식을 피하고 새로운 음식에서 영양을 보충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의 검증은 '영양의 비밀'의 책에서 밝히고 있는데 '캐나다의 부모 없는 아이 열다섯 명에서 했던 실험'을 참고하면 된다.
아이들에게 과자보다 신선한 식재료에 집중하게 만드는 습관은 부모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아이가 찾는다고 '과자'를 손에 쥐어주기 전에 습관을 바꾸는 노력부터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지금부터 약 50여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내과의사 프랜시스 박사는 고양이를 2개 조로 나누어 실험을 했다. 한쪽 고양이에게는 정상적인 사료를 투여했고, 다른 쪽 고양이예게는 영양적으로 다소 결함이 있는 사료를 투여하며 사육했다. 정상적인 사료를 먹고 자란 고양이들은 2대, 3대는 물론 그 이후까지 건강에 지장이 없는 우량한 고양이로 커갔다.
그러나 결함이 있는 사료를 먹고 자란 고양이들은 2대에서 벌써 징후가 나타났다. 발육이 뒤떨어지고 질병 발생이 잦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3대에 이르자 건강문제는 더욱 노골화됐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하거나 중심을 못 잡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의 신체적 장애와 다른 고양이에게 적대감을 갖거나 주인을 공격하는 등의 정신적 장애가 함께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4대째에 나타났다. 영양문제가 건강은 물론 생식기에까지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이 세대에서는 태어난 새끼 고양이 수가 부족해 아예 실험을 계속할 수 없는 지경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