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산장 살인사건

당신의 가면을 벗기고야 말겠다



우연히 읽게 된 오래된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가면산장 살인사건'



출간 연도를 확인하니 2014년이다. 추리소설의 추리기법은 여느 소설과 달리 복사하듯 스토리를 살짝 인용만 해도 바로 독자들에게 외면당하는 무서운 분야다. 그런 의미에서 매번 쉴 틈 없이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양한 추리소설의 스토리 능력은 탁월하다고 칭찬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오래된 추리소설이라 혹시 내가 읽었던 게 아닐까 조금은 걱정스러운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된 추리소설이라 그런지 어디선가 읽었던 기분이 든 묘한 식상함이랄까. 역시 추리소설은 신간을 읽어야 한다. 아무튼 감안하고 읽었음에도 마지막 결말은 미쳐 생각지 않았던 부분이라 좋았다.



간략히 스토리 초기진행을 말하자면, 결혼준비를 하던 약혼녀(도모미)는 결혼 일주일을 앞두고 절벽 가드레일을 들이박아 추락사를 당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모리사키 가'는 대단한 부유층 집안임에도 딸의 사고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약혼자 '다카유키'를 친아들과 같이 생각하며 장례 후 몇 달 뒤 별장가족모임에 초대한다.



별장 가족모임에는 모리사키 부부 외에 처남과 그의 주치의도 부르고 도모미의 절친도 불러 휴가를 보내려 하는데, 그날 밤 괴한 2명이 별장에 숨어들어 그들을 위협한다. 또한 그날 밤 도모미의 삼촌의 딸(엄마의 동생딸)인 '유키에'가 칼에 찔러 죽으면서 온갖 복잡하고도 힘든 상황이 연출된다. 괴한 2명은 은행털이범이었고 그 별장은 도주 중 잠시 거주할 공간으로 미리 탐색해 놨던 곳이었는데, 별장 주인들과 겹치게 된 것이다. 은행털이범의 도주가 순탄치 못한 것은 경찰들이 수시로 별장에 순찰을 돌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어떻게 진행시키려 하는 걸까, 나는 알 수 없는 복잡한 스토리라인에 궁금증이 일었다. 약혼녀(도모미)는 자살일까, 유키에(다카유키 짝사랑녀)는 누가 죽였는가, 은행털이범들은 잡힐 것인가. 인질이 된 별장손님들이 탈출을 계획하지만 번번이 내부자로 인해 물거품 된다.



소설 초반에 도모미의 교통사고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것은 독자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특히 사고 후 부검 없이 바로 장례를 치른 것이 수상하다. 도모미의 친구인 '게이코'가 주장한 내용 중에도 타당한 말이 있었는데, 수사국에서는 자기 실책으로 사고를 당했을 때, 특히 범죄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부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 점이다.



그녀가 의심하는 내용은 평소 심할 정도로 안전 운전하던 도모미가 커브길에서 과속을 할리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것은 수면제를 먹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범인이 있을 거라는 것. 그녀가 의심하는 가설은 생리통이 심했던 도모미는 항상 필케이스(약통)에 진통제를 가지고 다녔는데, 범인이 그것을 알고 있다면 진통제 대신 수면제로 바꿔 넣었을 거라는 것이다.



별장에서 뒤죽박죽 된 서로의 의심과 살인사건으로 발생으로 엉망이 된 상태에서 별장주인 '모리사키'의 투신자살까지 소설말미가 다다를수록 결론을 잡을 수 없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결론이 나는 건지,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또 다른 투신자살 사건이라니. 이중삼중 트릭이 마지막까지 진행된다.



이 소설의 백미는 다름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약혼자(다카유키)라는 점이다. 다카유키의 심리상태, 약혼녀의 죽음을 너무나 힘들어했고, 자신을 짝사랑했던 유키에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까지 상세히 표현되었기 때문에 독자의 혼란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저자가 독자들을 향해 벌인 최고의 트릭이 아닐까 싶다. 다카유키 자신마저 속는 완벽한 트릭말이다.

생각해 보니 김영하 씨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심리기법과 유사하다. 이쯤에서 나는 읽지 않은 독자의 눈총이 뜨거워 핵심줄거리를 피하며 끝낸다. 잠 못 이루는 밤에 맥주 한 캔과 딱 어울리는 책이다.






<가면산장 살인사건_히가시노 게이고 저>








매거진의 이전글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