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기는 일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생활의 목표는 그 진실한 즐거움에 있다.>
하고 감히 주장해 왔었다.
어디까지나 사실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서구에 알려진 대표적인 동양의 현대 철학가인 '임어당'의 '생활이 발견'이란 이 책에는 저자 스스로 체험하여 완성된 사상과 인생에 대한 의견의 피력으로 가득하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사상을 찾아내어 저자만의 독특한 판단을 세상에 발표했는데 박식함은 물론 삶에 대한 뚜렷한 관찰과 인간 본연의 목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인상 깊게 읽힌다.
그의 유명세에 비해 개인적으로 늦은 감이 있는 독서였는데 어쩌다 보니 번역이 자연스럽지 않고 오탈자도 꽤 눈에 띄는 불편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도는 상처를 주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혹여 아직 읽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최신판으로 찾아 읽으시길 권한다.
'생활의 발견'이라는 소박한 제목에 비해 내용은 서양철학 대비 중국철학(사상)의 묵직한 내용을 비교하며 다루고 있다. 논리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논쟁적이지 않게 읽히는 것은 추상적이지 않고 단순하고 가볍게 다루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는 완벽히 자기 안에서 소화한 뒤에 독자가 먹을 수 있는 그릇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 내놓았다. 그는 서양의 사상가들이 너무 지나칠 만큼 인생을 값진 삶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신학(神學)의 영향으로 보았다.
우리는 인생에 대한 목표 설정부터 잘못되었다
인간 본연의 인생의 취지라든가, 목적이라고 하는 것은 인생에 대한 인간 본래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번 주어진 인생을 허황되지 않고 현실에서 유리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즐겁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즉 중국의 옛 현인들의 생활신조였던 한적생활(閑寂生活)과 중용(中庸)의 길이야 말로 현실에 만족하고 즐기는 참된 행복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인간이 태어나 오로지 현실을 극복해야 할 무엇이라고 믿고 산다면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동경을 단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가 추앙하는 중국인의 문화에 자리하고 있는 철학은 인생 그 자체에 직접 결부하는 감정의 문제를 다룬다고 말할 수 있다. 여유롭고 한적하게 즐기며 사는 생활이다.
중국이란 나라가 유교, 도교, 불교라는 세 종교가 장대한 조직력을 장악하고 있는 문화적 부자인 만큼 중국인으로써 내면에서 차오르는 늠름한 현실감과 자신감은 독자로써 멋지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작가 임어랑이 찾은 생활철학은 간단하게 보이면서도 꽉 차 있고 여유롭게 생활하면서도 놓치지 않는 삶을 즐긴다고 느낀다. 그동안 관념적으로 이해했던 것들도 이번 독서를 통해 개선될 수 있었다. 그의 철학은 아래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적인 쾌락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육체를 통해서만 느껴질 때에만 진실하다. 나는 거기에 또 도덕적인 쾌락을 첨부시키고 싶다.
참된 행복이란 오직 정신의 행복이라는 추상적 철학자들에게 그는 아래와 같이 유쾌한 비판을 던진다. 신체와 정신과 도덕적인 쾌락이 조화를 이룰 때에만이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내분비선의 기능이 완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모종의 상태이다. 만일에 그렇다고 한다면, 도대체 정신적인 행복이란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
행복이라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주로 위胃라고 하는 내장의 문제인 것이다.
그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에 '진실한 즐거움'이라는 생활의 목표를 두었다. 인간이 태어난 목적, 목표의 중요성에 길들여 있다 보면 오히려 현재의 즐거움을 모르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행복이란 문제 역시 추상적인 면으로 파고들지 말고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때가 언제였는지 우리들 자신이 직접 사실에 입각하여 분석해 보라고 질문했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 생활은 판에 박은 듯이 하나의 형에 고정되고 만다. 그 사람이 보고 듣고 하는 것은 거의 신변의 쓸모없고 사소한 일들로 한정된다.
마지막으로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었는데 작가는 이것도 즐기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분이 내킬 때에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진정한 독서법이라고 간단하게 짚어주는데 웃음이 슬며시 났다. 또한 책을 읽을 때에는 편안하고 느긋하게 구경꾼의 입장에서 읽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는 대목이 인상 깊다. 신문과 다르게 책은 독자를 명상적(冥想的) 기분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 매력과 풍채와 품격을 선물한다.
'생활의 발견'이란 양서를 쓴 세계 제일류의 이야기꾼인 한 사람과 대면한 기분이 든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