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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철학자

내가 원하는 나로 살아가기



여러분은 아침에 누구의 허락을 받고 집을 나섭니까? 아마도 거울일 것입니다. 거울의 허락이 없으면 여러분은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합니다. 거울의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 여러분은 행복합니다. 그러나 그 행복을 고통으로 변하게 할 수도,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게 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주변 사람입니다.


"너 오늘 보기 좋다", "오늘 얼굴이 왜 그래?"


이 한 마디로 여러분의 행복이 배가되거나 깨어져 버리니 말입니다. 무엇이 거울로 하여금 당신의 외출을 허락할까요? 무엇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의 행복을 깨거나 배가시키도록 만들까요?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허락한 것을 당신 스스로 망가뜨리거나 배가시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 책은 현재의 삶 속에서 철학이라는 고전을 만나 배부른 철학자로 사는 것을 권하고 있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절대 배고픈 학문이 아니며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물질이 만연하는 세계를 용기 있게 마주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이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다.



저자는 10명의 철학자들을 시대적으로 요약하며 그들이 주장하고자 했던 사상의 중심을 경위와 함께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철학에 대해 거부감이 있거나 딱딱한 이념이란 생각에 담이 쳐져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접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일광욕 도중 알렉산드로스왕이 찾아와 필요한 것을 물었을 때 햇볕만 가리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무소유를 주장하고 실천했던 그의 삶의 가치기준을 행동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재물에 대해 이 철학자만큼 자유로운 사람이 있었을까. 타인들의 판단에서 가장 자유로운 철학자로 꼽힌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다 보면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정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지적과 중농주의를 무시하다 보면 소비자가 오히려 희생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원료전쟁'을 예상하게 되는 논리를 읽게 되는데 시대를 초월하는 철학의 논리에 감탄이 나오게 한다. 그의 유명한 이론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원리를 지키되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정리되어 있다. 이는 철학을 경제의 논리에 접목시킨 경제철학에 속한다.



도덕이라는 관념에 대한 개념을 이론적으로 짚어주었던 칸트의 '도덕형이상학 원론'은 인간이 '선의지'를 행하는 준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소 이론적으로 풀어갔지만 인간의 행동에 대하여 논리적인 풀이는 도덕철학의 선두자로 속한다.



교육철학도 많은 진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귀족들만 배울 수 있었던 교육을 모든 서민에게 설파하려 노력했던 '피히테'의 노력은 교육철학에 속한다. 또한 교육철학은 도덕적 태도와 접목하여 영역이 넓어갔고 이를 민주주의로 뿌리내리게 한 사람은 '듀이'다.



이밖에도 시대의 만남이었던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뤄낸 '공산당 선언', 이 시대 가장 최악의 진화인 '감옥의 탄생'을 성토한 '파놉콘' 등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거론한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나 역시 삶에 많은 부분 반영하고 있어서 반갑게 읽을 수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진정한 행복이란 외부세계가 아닌 내면세계의 안정에서 온다고 보았다. 같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도 행복해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만족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존재가치를 제대로 파악했느냐, 아닌가에 대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는 기준 때문이다. 맹목적인 의지라 불리는 이것은 죽기 전까지 지칠 줄 모르고 뛰는 심장처럼 채워지고 나면 죽기 전까지 새로운 욕망으로 채워진다. 따라서 끝없이 이어지는 터널에서 벗어나려는 자신만의 성찰이야 말로 어리석은 삶을 벗어나는 길이다.



삶에 대한 가치기준과 행복은 주관적이다. 나는 내가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나답게 살고 있는 것이라 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의식해 나다움을 잊은 채 살아가다 어느 날,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불행 피하기 기술/ 롤프 도벨리 저'에서는 가난의 최저 한계선을 벗어난 경우, 돈은 해석의 문제라고 보았다. 그러니 부자와 비교하려는 병적 욕망은 나를 힘들게 할 뿐이다.



좋은 소식은 자기 자신은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 행복하면 된다. 다른 사람은 변화시킬 수 없지만 나는 내가 원한다면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철학은 우리의 삶 속에서 많은 부분 관여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을 뿐이다. 한 사람의 가치관으로써 인생을 관여하기도 하고 정치.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논리를 확고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당신은 어떤 철학이 마음에 끌리는가.




<배부른 철학자 / 서정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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