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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적 삶의 권유

나약한 마음을 바꾸려면 몸을 바꿔야 한다


우리의 뇌는 위협을 식별하는 데 특화된 기계다. 자연선택은 행복이 아닌 생존을 선호한다. 현대는 과거보다 분명 안전하지만 우리의 뇌는 계속 주변의 모든 문제에 주의를 집중한다.





스토아철학의 주요 이론들을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스토아 거장들의 말과 이야기를 통해 스토아철학이 얼마나 실용적이고 매력적인지 알려주고 있다. 삶의 고통과 불행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평온을 찾을 수 있는지도 명확히 알려준다. 요 근래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스토아철학'에 관한 독서가 이어졌다. 그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연결이었는데 지나온 나의 삶의 결정들이 떠오르는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삶과 결부시켜 상상력을 동원해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마치 책 속에서 정신적 위안이라는 보상을 경험한다. 책의 결론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누구나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내린 중요한 결정들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순위'로 채택된 결정들은 어떤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그것은 경험에서 오는 확신일 수도 있고 불필요한 감정노동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회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 결정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성격으로 자리 잡게 되고, 같은 환경에서 출발한 사람들임에도 결정의 누적들로 인해 중년 이후 전혀 다른 위치에서 살아가게 된다.



최근 읽은 '줄리언 반스'의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라는 소설에서조차 스토아사상을 경탄하는 글까지 읽고 나니 더욱 확고해진다. 삶에서 스스로 통제하며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생각의 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토아철학의 '미덕'에 해당된다.



우리는 생각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또 뇌의 기능이 어떤지 모른 채 살아간다. 목표달성을 이루기 위해 정신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고 딴생각에 빠져 좌절한다.



문제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해석에 사로잡혀
맥락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스토아학파의 주요 관심사는 '미덕'이다.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미덕'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덕은 인간의 '본성'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추론 능력과 사회적 관계성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뛰어난 점은 바로 지혜, 용기, 정의, 절제(훈련)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미덕에 따라 생활하면 합리적 결정인 생각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스토아철학은 명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말이 아닌 결단력 있는 행동(동기부여 따위는 필요 없다)과 명확한 시각화 그리고 지속적인 훈련을 요구한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실용적 철학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잡념이 많고 따지기를 좋아한다. 속내는 하기 싫다는 무의식적 방어기제일 뿐이다.



저자는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스토아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주요 이론들을 들려주며 철학에 기초한 삶의 실용적 정신적 도구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해결되면 심리적 해탈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삶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문제 제기가 아니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정념(불균형적인 감정, 욕망, 두려움, 분노 등)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정념이 나타나는 걸 막지 말고, 그것들보다 강해져서 다스릴 줄 알게 되어야 한다.




정념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행동하기'라고 제안한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도 그걸 올바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전략은 간단하다. 몸을 바꾸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현대에 스토아철학의 훈련을 표현하자면 인지행동치료 매뉴얼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저자는 스토아주의 훈련을 현대에 맞게끔 상세히 안내하고 있는데, 참으로 유익했다.



스토아철학의 기본 원칙은 '통제 이분법'이라 볼 수 있겠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과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을 먼저 구분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깔끔히 수용한다면 좌절이나 불안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한다면 불필요한 고통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인간의 인지왜곡을 줄이는 스토아학파의 원칙 훈련을 그는 안경의 도수를 조정하는 것으로 재미있게 설명했다. 읽다 보면 사람마다 살아오며 체득한 스토아원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부족한 부분만 찾아서 자기 삶에 반영하면 유익할 것으로 판단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정적 시각화'를 늘 적용하며 살고 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최악은 아니라고 미리 생각하며 이 정도 일로 갈음되어 다행이라 보며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식구 중에 누군가 다치거나 아파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나쁜 일일수록 빠르게 처리해 내 주변에서 없애버린다. 또 한 가지 모르고 지냈는데, 책에서 발견한 '쾌락이 임계량과 유혹 극복하기'도 실천하고 있었다. 유혹적인 쾌락(과음, 과식 등)을 하면 훗날 더 큰 고통을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리 해서 자제한다. 이는 젊은 시절 다음날 숙취로 여러 날 고생한 값비싼 경험치이기도 하다. 세네카는 이를 가진 것보다 없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유혹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마도 뜨끔한 경구(警句) 일 테다.



쾌락으로 몸과 마음이 부패하면, 더 이상 아무것도 견딜 수 없다. 고통이 세서가 아니라, 사람이 약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인별로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은 참으로 많겠지만 감정적 반응을 펼쳐놓고 '판단'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의외로 많은 부분이 상쇄되어 감정적 상황이 합리적 상황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뇌는 구석기시대에 아직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인 이성적 추론과 사회적 관계성을 잘 활용하는 훈련인 스토아적 원칙을 습득하려 노력한다면 나약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스토아철학은 이해가 아니라 행동이 우선이다. 저자는 스토아철학은 약이 아니라 로션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매일매일 활용하고 적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단 뜻이다. 맞다. 나약한 마음을 바꾸려면 몸을 바꿔야 한다.




<스토아적 삶의 권유 / 마르코스 바스케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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