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먹는 행복을 빼앗기고 있다
욕구는 조절될 수 있으나 욕망은 사회 속에서 계속 증식하고, 결국 인간은 에너지 과잉의 시대에조차 여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우리는 끼니가 돌아올 때마다 뭘 먹을지 선택을 한다.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조리를 해서 먹기도 하고 휴대폰 플랫폼에 접속하여 클릭 몇 번만 하면 배달음식을 만나기도 있다. 인간은 큰 불편 없이 음식에 대한 욕구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명체는 먹을 수 있는 대상이 정해져 있고 생존만을 위해 섭취한다. 에너지를 얻는 것 자체가 버거운 삶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인간의 '먹는 욕구'를 재해석하고, 욕구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본능과 그 본능을 조종하고 활용하고 있는 사회현상 그리고 해결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배부름의 비밀을 밝혀낸 의사이자 과학자인 최형진 교수와 뇌과학자로 유명한 김대수 교수가 공동 집필한 책이다.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먹는 욕구'라는 인간 본능의 실체를 밝히고 결론적으로 건강한 몸으로 살기 위한 자기 결정을 내리도록 돕고 있다.
우리는 먹는 행복을 빼앗기고 있다.
현대화되면서 사망원인 1위였던 '암'보다도 인류의 역사상 없던 질병(심장질환, 뇌졸중 등)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비만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주로 혈관질환과 연관된 질병이 증가한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당뇨병 증가시기와 설탕 소비량 증가 시기가 같다고 한다. (1980년 발병률 0.9% 였던 당뇨병이 2015년 14%로 10배 이상 증가)
식사는 살고자 하는 뇌의 본능이고, 자유와 행복의 비밀은 먹고 마시는 일상적 과학 속에 있다고 말하는 두 저자는 먹는 욕망에 대한 실체를 알려줌으로써 결론적으로 지혜로운 식사를 하도록 권고한다.
인간은 천천히 먹도록 진화되었다고 한다. 반려동물이 산책 시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고 신중한 것처럼, 인간도 야생 채집시절부터 섭취가능한 음식인지 오감을 집중하며 탐색하고 먹는 문제에 매우 신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발달과 함께 성장한 식품산업의 교묘하고도 은밀한 방법(광고와 브랜딩)은 적절한 양만 섭취하도록 절제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이 마비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잉섭식 후 따라오는 자책감은 각종 질병으로 현대인의 삶을 망쳐놓고 있는 형편이다. 흔히 알고 있는 거식증, 폭식증, 비만, 다이어트 장애등이 있다. 나는 이러한 섭식장애를 심리적 요소와 연관하여 설명하는 챕터가 흥미로웠다.
하나의 예로 우리는 음식이 풍족하면 살이 찌고 부족하면 마를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결과 가난하고 풍족한 음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비만이 발생했다. 그들은 언제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배부름에 대한 불안정감은 배고픔의 고통스러운 불안한 경험들의 합이다.
또 과도하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자기 조절능력이 저하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음식은 갈망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빠른 방법으로 비친다. 게다가 먹음직스럽게 보이며 반복되는 식품광고는 안전해 보이기 때문에 영양분이 많을지, 얼마나 먹는 것이 좋을지 평가하지 않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인간의 뇌는 몸을 움직이게 하여 에너지를 습득하게 만들어졌지만 그 임무를 너무 충실히 한 나머지 필요이상 에너지를 획득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욕구가 욕망으로 변한 것이다.
욕망은 순수하게 먹을 수 있는 본능을 빼앗아 '당뇨환자가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처럼 작동하는 이치와 같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설계된 인간에게 산업은 이 쾌락이라는 욕망을 기반으로 중독을 유도한다. 거짓된 욕망으로 현대인은 자본주의 질병으로 죽어가는 것이다. 배가 부른데도 먹고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인간은 욕망에 굴복하여 질병을 얻는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다. 우리를 조종하려는 쾌락적 감각의 중독과 사회적으로 조성된 욕망을 거스르는 일이다. 우리는 먹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우리의 지갑을 열기 위해 수십 년간 은밀히 움직이고 있는 식품산업계의 노력을 비웃을 수 있다.
야생채집시절부터 장착되어 있던 우리의 순수했던 뇌의 습성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우리는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해 어떤 음식이 얼마나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될지 인지하고 이를 반영하여 배부름을 유발할 수 있다. 배고픔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신 레몬을 생각하면 침이 고이고, 기름진 전을 오래 부치다 보면 식욕이 사라지는 경험처럼.
그래서 두 저자가 권고하는 것은 '마음 챙김 식사법'이다. 천천히 씹고 음미하며 먹도록 노력해 보자. 먹는 경험에 집중하면 음식의 맛과 향 그리고 음식을 많이 섭취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식사에 집중하기 위해서 방해되는 요소들은 주변에서 없애야 한다. 영상매체를 시청하면서 습관적으로 먹는 무신경 식사나 지적인 활동에 집중할 때 역시 간식을 옆에 두면 안 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본능을 활용하면서도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충분한 배부름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서 먹자. 몸을 너무 배고프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히 먹어라. 그래야, 해로운 절제를 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