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나물볶음 아닙니다
전에는 그렇게 싫던 음식이 갑자기 그렇게 좋아질 수 있을까? 세포와 장기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다양한 피토케미컬을 기록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그 기억을 꺼내는 것일까? 그렇다면 일차 및 이차화합물의 세포 기록은 어떻게 저장될까? 우리 몸은 병원체가 들어오면 그 사실을 기억해 두었다가 표적을 제압할 면역 기능을 발동할 근거로 삼는다.
- 영양의 비밀 / 프레드 프로벤자
냉장고 야채칸에 점잖게 자리 잡고 있는 무는 언제나 든든한 식재료입니다. 조림이나 볶음은 물론 채수를 내야 하는 어느 요리에나 묵직하게 자신의 비중을 알리기 때문이지요. 무는 부위별로 나눠 사용을 하면 좋습니다. 상부는 생채나 조림, 중부는 김치류, 하부는 매운 요리를 할 때 사용하세요.
야채실을 열어보니 무의 맛있는 부위인 상부 부분(줄기가 붙어 있는)만 남아 있더군요. 초록빛이 도는 무의 상부 부위는 단단하고 단맛이 강해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큰애 가졌을 때 아무것도 먹기가 싫었는데 무를 먹고서 만족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무는 위와 장을 편안하게 하는 천연 소화제역할을 하고 비타민 C도 풍부하다고 해요. 생채를 해 먹을까, 살짝 고민하다가 무나물 볶음으로 결정했습니다.
예전에는 보여도 먹지 않았던 반찬들을 즐겨 먹고 삽니다. 이것이 나이가 들어 변한 것인지 내 몸에 필요한 면역 기능이 발동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입맛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초록빛을 감싼 무를 보니 문득 흙 속의 한기를 뚫고 기지개를 켜며 올라오는 새싹이 떠오르더군요. 연둣빛 무를 썰어 펼쳐놓고 나도 모르게 봄웃음이 피어났습니다. 완성된 볶음을 보니 먹어보지 않으면 무나물 볶음인지 모를 것 같았어요. 역시나 무나물 볶음 좀 먹어보라고 했더니 남편이 '무나물이었어?'라고 말합니다. 호박볶음인 줄 알았나 봐요. 들기름향이 기분 좋게 풍기며 아삭이는 무나물 볶음입니다. 또 단맛이 풍부해 설탕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무의 중간부위를 사용하실 때는 설탕 조금 넣으셔야 합니다)
이번 레시피는 색다르게 해보고 싶어 '김대석 셰프님' 영상을 보고 따라 했습니다. 제가 기존에 했던 것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건새우 육수'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집 무나물 볶음 만드는 법(김대석 셰프님 레시피)
재료: 무 500g, 건새우 한 줌, 대파, 참기름, 들기름, 맛소금, 천일염
1. 건새우 한 줌을 30초 렌즈에 돌린 후에 뜨거운 물에 20분 우려냅니다.
2. 무를 채 썬 뒤에 웍에 넣고 천일염 1/2T 넣고 15분 절입니다.
3. 무에서 물이 나오면 버리지 말고 바로 참기름 1T를 추가로 넣고 2분 섞어줍니다.(강불)
4. 약불로 바꾼 뒤에 맛소금 1/2T 넣고 건새우 우린 물을 넣어줍니다.(약불)
5. 뚜껑 닫고 3분 삶아줍니다.(중불)
6. 다시 약불로 바꾸고 썰어놓은 대파 넣고 조금 섞어준 뒤에 들기름을 두른 뒤 불을 끕니다.
7. 불을 끄고 식힌 후에 먹기 전 통깨 뿌려주면 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