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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생 강의.

인생의 허무함을 극복하라.

에드바르트가 그린 니체

                                                

예전에는 "너 자신을 돌아보라.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하면서 우리가 고민하고 사유하면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고 했어요. 그렇게 2000년 동안 서양 형이상학은 자아 탐구를 위해 철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뒤집힙니다.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열심히 찾아봤는데 없는 거예요. 자아라는 것이 알고 보면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지, 실재가 아니라는 거예요. 실체로서의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자아 탐구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오히려 자아를 망각해 버리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집중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아를 만들어내고 발견한 것이다.' 이것이 니체의 관점입니다.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또한 사람의 자기 인식 과정은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는 과정과

똑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말이죠. 이렇듯 우리는 생산보다 소비에 우위를 두고, 신적. 초월적 가치보다 바깥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에 열광하고, 자아를 찾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본문 中




우리는 돈이 최고인 물질만능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대적할 상대가 없어진 시대라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돈은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돼버린 것 같다. 19세기 아포리즘의 철학자 니체의 사상이 유독 현대인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사람들이 느끼는 '풍요 속 빈곤'의 감정을 이해해 줘서가 아닐까 싶다. 즉 공허한 마음과 허무가 일상화된 것이다.


나는 니체사상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독서 중 철학적 사유가 담긴 책들의 저자들이 많은 부문 니체를 거론했고, 나를 설득시켰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니체의 인생강의'책이다. 이 책은 'EBS 인문학 특강'에서 이진우 교수가 니체에 관한 강의를 정리한 내용들이다.


니체는 1887년에 이미 다가올 두 세기의 역사를 예견했다. 허무주의의 도래다. 허무주의는 니체가 살았던 시대에도 분명 문제였지만 당시 모든 사람들이 이를 느끼거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죽고 난 다음 두 세기동안 허무주의를 받아들이는 시대, 즉 세속화시대를 예견한다. 그의 말은 맞았다. 사람들은 이제 꼭 필요한 물건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소비를 하고 싶어 한다. 내가 어떤 것을 소비하느냐가 중요해진 사회로 바뀐 것이다.


허무주의는 이미지를 쫓아가는 21세기에 걸맞은 감정이다. 하지만 이미지는 허상이고 순식간에 유행처럼 변해버리기 때문에 허무한 감정이 반복된다. 니체는 말한다.


"아무것도 진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 "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이 담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 '즐거운 학문' 등 저자가 인용하며 설명하는 니체의 책들은 이 허무한 세상을 극복하며 살아갈 방향과 핵심 가치를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리송하고 이해하기 버벅거렸던 가려움증들이 많이 해소된 기분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새롭게 깨달은 그의 관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아탐구' 제대로 된 해석인 발현방법과 '권력에의 의지' 관점이다.


니체는 참으로 고독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 젊은 시절 내내 극심한 두통, 광기의 발작 등 정신적 암흑기를 거치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몸으로 철저히 사유했다. 그의 삶은 곧 그의 사상이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얻어낸 그의 삶의 가치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니체는 '자아탐구'란 몸으로 부딪쳐 얻어낸 결론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상에 앉아 자아를 찾을 때까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발견하게 된다는 것.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유행어처럼 읊조리는 말과 같다. 그리고 니체는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바닥까지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몸으로 체험하지 않은 고통 없는 가치는 아무것도 아니라 한다. 니체가 말하는 능동적 허무주의다.


또 한 가지 '권력에의 의지' 해석이다. 우리는 권리란 말은 당연히 수용하지만 '권력'이란 말엔 상위층에서 사치처럼 사용하는 힘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니체는 신이 죽은 시대에서 권력은 어느 계층을 막론하고 누릴 수 있는 의지라 말한다.


"니체는 '너의 내면을 들여다봐라. 그 자체가 권력에의 의지다. 그것을 직시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네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일단 권력의지를 인정해야 합니다. 니체적 의미의 '권력인'이 되어 이제까지 성취한 것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과 노예가 있다면 주인만 권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주인은 노예가 없으면 노예가 할 일을 주인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노예는 노예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일을 멈추게 될 경우 파급될 상황들이 바로 권력이 될 수 있다. 약자도 권력을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단지 방식이 강자의 그것과 다를 뿐이란 점이다. 허무주의 시대는 절망의 시대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제는 20:80 이란 의미보다 1:99 라 할 정도로 부의 치중이 심화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말이 더 이상 생소하지도 않다. 다행인 것은 부의 척도와 상관없이 삶의 가치를 찾은 사람은 비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니체가 말하는 인간의 정체성 3가지 변신(낙타, 사자, 어린아이)은 그래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그 단계를 제대로 넘어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낙타는 자신에게 가장 무거운 것을 견디는 단계로써 관습이 주어진 시대적 무게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의 할 일들을 부딪치는 것을 의미한다. 사자는 그 단계를 거친 사람이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현실을 깰 수 있는 힘을 가진 시기다. 파괴할 수 있는 최고치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마지막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환경과 타인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긍정의 단계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빈곤한 상태에서는 결코 허무주의가 생기지 않는다. 니체는 신의 부고를 내면서 허무주의를 예견했다. 그리고 현대는 그의 말대로 영성적 가치마저 상품화될 정도로 철저하게 세속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좁아진 신의 자리처럼 신이 없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이렇듯 허무주의가 팽배한 시대에서 삶의 가치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다시금 원점에서 고민한다. 삶이 영원히 반복되는 기분이 들고 삶에 아무런 목적과 의미가 없다는 허무한 마음이 들겠지만 그렇더라도 니체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살아갈 때, 비로소 온전히 삶을 긍정하는 힘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영원히 반복되는 세상 같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결론이 난다. 그것도 두 발을 꼿꼿이 디디며 최선을 다해서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충실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영원회귀의 해석이 너무 멋지다.


내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우리가 영원회귀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가 우연히 이곳에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 우리의 삶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창조되고 생성되는 과정이라는 사실, 이런 것들이 순간순간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같아요. 따라서 영원회귀 사상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필연보다는 우연을, 존재보다는 생성을, 영원한 미래보다는 순간에 우선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중략)

"이 순간을 긍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긍정하는 것이고, 이 삶을 긍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유한성과 사멸성을 긍정하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젠가 삶이 마침표가 찍힐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면, 우리는 삶을 훨씬 더 책임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니체의 관점입니다. 결국 영원회귀 사상은 삶을 긍정하고, 순간을 긍정하고, 죽음을 긍정합니다."



<니체의 인생강의 _ 이진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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