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동지) 동짓날에(七言律詩)
대종 대력 2년(767) 겨울 기주에 머물러 살 때 지음. 두보는 건원 2년(759)에 벼슬을 버리고 촉땅에 들어온 이래 여태껏 8,9 년을 객지에서 생활하였다. 이 해 동지에 이르러 늙음과 곤궁을 탄식하며 이 시를 지었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 양력 12월 22일 전후이다. 음력으로는 11월 중순이다.
年年至日長爲客(년년지일장위객) 해마다 동지에 기리 나그네 신세
忽忽窮愁泥殺人(홀홀궁수니살인) 우울하니 곤궁과 우수는 사람 옭아 죽일 듯.
江上形容吾獨老(강상형용오독로) 강가의 내 몸뚱어리 홀로이 늙어가고
天涯風俗自相親(천애풍속자상친) 만리타향 풍속은 자기네들만 친하구나.
杖藜雪後臨丹壑(장려설후임단학) 눈 내린 뒤 지팡이 짚고 붉은 골짝 찾으니
鳴玉朝來散紫宸(명옥조래산자신) 자신전에서 조회 파하고 패옥소리 듣는 듯.
心折此時無一寸(심절차시무일촌) 이때에 심장은 한 치 남김없이 깨어진다만
路迷何處是三秦(노미하처시삼진) 길을 잃고 말았으니 어디가 장안이런가!
* 지일(至日) : 동지(冬至) 및 하지(夏至). 여기서는 동짓날.
* 홀홀(忽忽) : 실의한 모양. * 니살(泥殺) : 泥는 엉기다, 들러붙다, 붙잡다, 구속하다. 殺은
* 강상(江上) : 다음 구의 천애(天涯)와 함께 기주를 가리킴.
* 장려(杖藜) : 명아주 지팡이를 짚다는 뜻. * 단학(丹壑) : 바위와 흙, 단풍나무 따위가 어우러져 불그스름하게 뵈는 산골짝을 가리킴.
* 명옥(鳴玉) : 패옥(佩玉)을 울리다. * 자신(紫宸) : 당나라 대명궁(大明宮)에 자신전(紫宸殿)이 있음. 황제가 신하를 접견하고 정사를 살피는 곳. 앞 구절의 ‘붉은 산골짝’이 ‘붉은 궁전’을 연상시킨 것임.
* 삼진(三秦) : 지금 섬서성 관중 지역. 그로써 장안을 가리킴. 항우가 진땅을 셋으로 나눈 적이 있어 생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