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관공손대랑제자무검기행) (七言古詩)
大曆二年十月十九日,夔府別駕元持宅,見臨潁李十二娘舞劍器,壯其蔚跂.問其所師,曰:“余公孫大娘弟子也.”開元五載,余尙童稚,記於郾城觀公孫氏,舞劍器渾脫,瀏漓頓挫,獨出冠時.自高頭宜春梨園二伎坊內人洎外供奉,曉是舞者,聖文神武皇帝初, 公孫一人而已. 玉貌錦衣,況余白首! 今茲弟子, 亦非盛顔. 旣辨其由來,知波瀾莫二,撫事慷慨,聊爲〈劍器行〉. 昔者吳人張旭,善草書書帖,數常於鄴縣見公孫大娘舞西河劍器,自此草書長進,豪蕩感激,即公孫可知矣!
공손대랑의 제자가 검기를 춤추는 것을 보고서.
대력 2년(767) 10월 19일에 기주(夔州)의 별가로 있는 원지의 집에서 임영의 이십이랑이 검기를 춤추는 것을 보았는데 그 호쾌한 춤사위가 장관이었다. 누구에게 배웠는지 물었더니, "저는 공손대랑의 제자입니다"라 하였다. 개원 5년 내가 아직 어린애였을 때에 언성에서 공손씨가 검기혼탈을 추는 것을 본 것이 기억나는데, 활력적인 춤사위와 도약하고 선회하는 솜씨가 홀로 특출하여 당시에 최고였었다. 궁정의 의춘원과 이원 두 교방의 관기로부터 궁 밖의 공봉무녀에 이르기까지 이 춤에 능통한 자는 현종 초기에 공손대랑 한 사람 뿐이었던 것이다. 당시 그녀는 옥처럼 아리따운 용모에 화려한 비단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어쩌다 내가 지금 흰머리의 노인이 되고 말았는가! 지금 이 제자 또한 한창 때의 용모는 아니구나. 이미 그 사승관계의 내력을 알고 나니 그 춤사위가 둘이 아닌 것을 알겠다. 지난 일을 더듬다가 감개무량하여 애오라지 〈검기행〉을 지어본다. 예전에 오땅 사람 장욱이 서첩에 초서를 잘 썼는데, 누차 업현에서 공손대랑이 서하 검기를 추는 것을 보고서 초서가 크게 진전되어 호탕하고 생동하게 되었다. 그러니 공손대랑의 춤이 어떠한지 알 수 있으리라!
* 대력이년(大曆二年) : 767년에 해당함. 대력은 대종(代宗)의 연호.
* 별가(別駕) : 자사(刺史)를 보좌하는 아전. 원지(元持) : 인명. 신원 미상.
* 임영(臨潁) : 현명(縣名). 옛성이 하남성 임영현 서북쪽에 있음. * 검기(劍器) : 서역에서 유래된 무무곡(武舞曲)의 하나. 검기는 곧 칼을 가리키니 칼춤으로 짐작되나 《문헌통고》에 의하면 기녀가 남장을 하고 맨 손으로 추었다고 함.
* 울기(蔚跂) : 춤사위가 굳셈을 가리킴.
* 개원오재(開元五載) : 717년. 개원은 현종의 연호. 당시 두보의 나이 6세였음.
* 언성(郾城) : 현명(縣名). 지금의 하남성 언성현.
* 검기혼탈(劍器渾脫) : 혼탈은 당대에 유행하던 무무(武舞)의 일종. 검기와 혼탈이 서로 융합되어 새로 생겨난 춤이어서 검기혼탈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됨.
* 유리돈좌(瀏漓頓挫) : 瀏漓는 춤사위가 활발함을 가리킨다. 頓挫는 춤사위가 절도가 있음을 가리킨다.
* 관시(冠時) : 당시에 으뜸이라는 뜻.
* 고두(高頭) : 전두(前頭)와 같음. 황제의 앞에 있다는 뜻. 《교방기》에 의하면 “의춘원에 들어간 기녀를 ‘나인’이라 부르며, 또한 ‘전두인’이라고 하는데, 늘 황제 앞에서 모시고 있었다.”(妓女入宜春梨, 謂之內人, 亦前頭人, 常在上前也.) 의춘(宜春) : 宜春院. 현종 때 가무와 기예에 종사하는 궁녀가 속해 있던 곳. 이원(梨園) : 당현종 개원2년(714)에 봉래궁 옆에 설치한 교방으로 악무를 연습시켰다. 이기방(二伎坊) : 의춘원과 이원의 두 교방(敎坊)을 가리킴. 나인(內人) : 의춘원에 속해 가무를 연습하던 궁녀. 계(洎) : 이르다, 미치다. 문장 앞의 ‘自’와 상응해 ‘-로부터 -에 이르기까지’의 뜻이다. 외공봉(外供奉) : 궁중 밖에 거주하며 명에 따라 수시로 궁에 들어가 기예를 펼치는 기녀를 가리킴.
* 성문신무황제(聖文神武皇帝) : 현종의 존호(尊號).
* 옥모(玉貌): 공손대랑이 젊었을 때의 아름다운 용모를 가리킴. 금의(錦衣) : 화려한 복식을 가리킴.
* 성안(盛顔) : 한창 때의 젊은 얼굴을 가리킴.
* 유래(由來) : 이십이랑의 사승관계를 가리킴.
* 파란(波瀾) : 춤사위의 기복과 변화를 가리킴. 막이(莫二) : 이십이랑의 춤이 공손대랑의 춤과 한가지라는 뜻.
* 무사(撫事) : 지난 일을 떠올린다는 뜻.
* 오인장욱(吳人張旭) : 장욱은 현종 때의 저명한 서법가로, 초서에 뛰어나 초성(草聖)이라 불린다.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 인근 출신으로, 그 지역은 고대에 오나라 땅이었다.
* 선(善) : 뛰어나다, 잘하다의 뜻.
* 삭(數) : 자주, 누차의 뜻이다. 업현(鄴縣) :지금의 하남성 안양현. 서하검기(西河劍器) : 검기무의 일종. 서하는 하서(河西)의 이칭(異稱)으로 검기가 유래된 서역을 가리킨 것으로 추정됨.
* 호탕감격(豪蕩感激) : 장욱의 초서가 호방하여 나를듯 하고 격정이 충만하다는 뜻.
昔有佳人公孫氏(석유가인공손씨) 예전에 공손씨라는 미인이 있어
一舞劍器動四方(일무검기동사방) 한번 검기를 춤추면 사방을 감동시켰네.
觀者如山色沮喪(관자여산색저상) 산처럼 모인 관중 낯빛을 잃어버리고
天地爲之久低昻(천지위지구저앙) 하늘 땅도 그로 인해 오래도록 들썩거렸지.
㸌如羿射九日落(곽여예사구일락) 예가 아홉 해 쏘아 떨어뜨리듯 번뜩였으며
矯如群帝驂龍翔(교여군제참용상) 천신들 용을 타고 날아오르듯 기운찼다네.
來如雷霆收震怒(래여뇌정수진노) 올 때는 우레 같다가 진노함을 거둬들이고
罷如江海凝淸光(파여강해응청광) 마칠 때는 강해 같아 맑은 빛이 엉겨졌었지.
絳唇珠袖兩寂寞(강순주수양적막) 붉은 입술 구슬장식 옷소매 둘 다 적막하건만
晩有弟子傳芬芳(만유제자전분방) 늘그막에 제자를 두어 향기를 전해 주었구나.
臨潁美人在白帝(임영미인재백제) 임영의 미인이 백제성에 있나니
妙舞此曲神揚揚(묘무차곡신양양) 곡 따라 절묘한 춤추어 신비한 광채 드날리네.
與余問答旣有以(여여문답기유이) 나와 묻고 답하며 내력을 알게 되었거늘
感時撫事增惋傷(감시무사증완상) 시절에 느껴 지난 일 추억하다 서글픔 더해네.
先帝侍女八千人(선제시녀팔천인) 선제의 시녀 팔천 명이 있었어도
公孫劍器初第一(공손검기초제일) 공손의 무기가 애초부터 첫째갔었지.
五十年間似反掌(오십년간사반장) 오십년 세월이 손바닥 뒤집듯 수이 흘러가고
風塵鴻洞昏王室(풍진홍동혼왕실) 티끌바람 끝없이 불어 왕실을 어둡게 했네.
梨園弟子散如煙(이원제자산여연) 이원제자는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으며
女樂餘姿映寒日(여악여자영한일) 여악의 남은 자태가 찬 햇살에 비치는구나.
金粟堆前木已拱(금속퇴전목이공) 금속산 남쪽 나무는 이미 한 아름이 되었고
瞿塘石城草蕭瑟(구당석성초소슬) 구당협의 바위 성에는 풀이 시들고 있네.
玳筵急管曲復終(대연급관곡부종) 아름다운 연회에 빠른 음으로 곡은 끝나고,
樂極哀來月東出(락극애래월동출) 즐거움 다하자 슬픔 찾아들고 동산에 달은 뜨누나.
老夫不知其所往(노부부지기소왕) 늙은 나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거늘
足繭荒山轉愁疾(족견황산전수질) 못 박인 발 거친 산길에 깊은 시름만 찾아드네.
* 색저상(色沮喪) : 놀라 안색을 잃어버린다는 뜻.
* 곽(㸌) : 번쩍이는 섬광. 신속함을 형용한 것임. * 예사구일(羿射九日) : 요임금 때 10개의 해가 나타나 초목이 타죽자 활의 명수 예에게 명하여 9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게 했다는 전설이 있음.
* 교(矯) : 나른다는 뜻이다. * 군제(群帝) : 여러 천신(天神)을 가리킴. * 참룡(驂龍) : 용을 탄다는 뜻이다.
* 래(來): 춤을 추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 파(罷) : 춤을 끝낸다는 뜻이다.
* 강순주수(絳唇珠袖) : 붉은 입술과 구슬 달린 옷소매. 공손대랑과 그녀의 춤을 가리킴.
* 분방(芬芳) : 예술의 향기를 의미함. 공손대랑의 춤 솜씨에 대한 미칭이다.
* 임영미인(臨潁美人) : 이십이랑을 가리킴. * 백제(白帝) : 백제성(白帝城)으로 기주에 있음.
* 신양양(神揚揚) : 춤사위에서 신이한 색채가 드날린다는 뜻.
* 기유이(旣有以) : 以는 유래, 내력, 본말의 뜻.
* 완상(惋傷) : 한탄하며 가슴 아파하다.
* 선제(先帝) : 당현종을 가리킴. * 시녀(侍女) : 가무 등의 기예를 가지고 당현종을 시종하던 여성 예인(藝人). * 팔천인(八千人) : 많음을 과장해 말한 것임.
* 오십년간(五十年間) : 현종 개원5년(717)으로부터 두보가 공손대랑의 검기혼탈을 구경하고 이 시를 지은 대종 대력2년(767)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 풍진홍몽(風塵鴻洞) : 안록산, 사사명의 반란이 끼친 거대한 재앙을 가리킴. 鴻洞은 드넓고 끝이 없는 모양.
* 여악(女樂) : 가무(歌舞)에 능한 여성 예인(藝人). 여기서는 이십이랑을 가리킴. * 여자(餘姿) : 이십이랑의 검기무에 개원 연간의 풍모가 남아있다는 뜻. * 한일(寒日) : 이 시는 음력 10월에 지어졌음.
* 금속퇴(金粟堆) : 당현종의 능이 있는 金粟山을 가리킴. 지금 섬서성 포성현 동북쪽에 있음. 당현종은 이 시를 짓기 5년 전인 762년에 죽었다.
* 구당석성(瞿塘石城) : 기주(夔州)의 백제성을 가리킴. 부근에 구당협(瞿塘峽)이 있음.
* 대연(玳筵) : 호화로운 연회석상을 가리킴. * 급관(急管) : 빠르게 연주하는 관악기 소리.
* 노부(老夫) : 두보 자신을 가리킴. * 부지기소왕(不知其所往) : 연연하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음을 의미함.
* 족견황산(足繭荒山) : 인생행로의 어려움을 말한 것임. 견(繭)은 손바닥이나 발바닥의 굳은 살. 수질(愁疾)은 깊은 시름 혹은 시름으로 인한 병을 뜻함.